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며 경찰을 강하게 질책하고 대대적 혁신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비공개 발언록에는 윤 대통령의 격노한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라며 책상을 내리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통령의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 생생히 전달된다. 그러나 참사의 책임을 지휘계통 수뇌부보다 경찰 일선 현장에 맞춘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이상민 행안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재난안전 관리 지휘부를 떼어놓고 논하기 힘들다. 경찰의 과오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작금의 국정 상황을 보면 이태원 참사로 인한 책임을 지는 공직자가 없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기 그지 없다.

결국 이태원 참사의 수습 방향을 경찰의 부실대응 책임을 묻는 쪽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국정을 책임지는 공직자들은 국가의 중대한 사건 및 사고가 발생으로 인해 권한에 맞는 책임의식을 갖고 사퇴 등 공개적인 사죄를 국민 앞에 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위 직급의 공무원한테 책임을 떠넘기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떠한 생각을 할까 고민을 해봐야 한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 밖에 안돼 장관 및 경찰청장을 교체하기 싫고 귀찮겠지만, 선출직들은 국민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는가? 국민들은 소명을 갖고 책임지는 공직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행안부장관, 경찰청장,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등 어떠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인지 아니, 국민들을 바라보면서 국정운영을 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1993년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건·사고에 대한 응당한 징계 및 처분을 통해 교체를 하고, 국정 쇄신을 통해 국정 동력을 발현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국정을 운영했었다. 일간지 정독을 하루 일과를 시작하면서 했고, 국민 여론을 살피면서 국정을 운영하다보니 국정 초반에는 90%이상의 지지율을 보이기까지 했다.

현재의 정치권을 보면 국정 운영자들은 새로운 인사에 대한 검증과 인사청문회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국정 쇄신을 전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무시는 것인가?

대통령은 주변의 많은 의견을 듣고 정무적 판단으로 읍참마속의 자세로 국정 쇄신을 해야 한다. 임명직 공무원이 아닌 국민들의 표로서 당선된 선출직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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