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혜리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4일 기준금리를 연 3%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p)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은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아직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올해 마지막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어 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연 3.0%에서 3.25%로 0.25%p 인상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한은은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었다"며 금리 인상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사상 첫 6회(4·5·7·8·10·11월)연속 인상이다. 앞서 지난 달에도 한은은 기준금리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때문이었다.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밟은 이유와 관련 한은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위험회피심리가 일부 완화되며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장기시장금리가 하락했다"며 "경기 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에 비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0.25%p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 140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최근 1300원대로 하락했고 물가도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금융시장 불안이 커져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융 안정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창용 총재도 이날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그간 단행했던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아니지만, 아직 금리 인하를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의 금리 결정, 금리 인상 시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여러가지 확신이 있을 때 논의하는게 좋다"며 "지금 언제 금리를 인하할 지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향후 금리인상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주기는 3개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 이후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다음 달 미 연준의 FOMC 회의, 국내 11월·12월 소비자물가 수준 등을 보고 내년 1월 금통위 때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 이 총재는 "금통위의 최종금리 전망은 지난번처럼 3.5%이 다수지만, 현재는 대외 변동 요인 및 국내 요인도 변화할 가능성이 커 유연성을 갖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향후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졌을 경우 금리 인상은 국내 요인을 우선으로 할 것"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결정에 기계적으로 따라간다는 게 아니고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심해지면 외환시장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해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다. 이는 8월 전망치(2.1%)보다 1.7%로 0.4%p 하향 조정된 것이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완화로 소비가 회복했으나 현재 고물가와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와 민간 소비도 줄어들고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봉쇄 조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반도체 업황이 하락세로 수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5.1%로 낮추고 내년은 3.6%로 조정했다. 내년 상반기는 4.2%, 하반기는 3.1% 증가로 내다봤다. 현재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석유류제외 공업제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의 상승폭 확대 등으로 3%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