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실손보험 '두 자릿수' 인상 예고…자동차보험 인하율은 1%대 예상
소비자단체 "손해율만 따지면 소비자만 고통… 보험사기 등 원인 해결해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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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김혜리 기자]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을 10%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손해율 증가가 그 이유인데, 일각에서는 과잉 진료나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소비자에게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의 인하율을 1% 안팎으로 책정해 인상과 인하에서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손보사 1위인 삼성화재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3세대 실손보험료를 10% 안팎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보험사들도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돼 내년 실손보험료가 10% 이상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지급한 보험금으로 지출된 비율이다. 보험회사들이 손실 여부를 판단할 때 활용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9년 135.9% ▲2020년 132.0% ▲2021년 132.5%로 기록했다.

손해율을 바탕으로 손보사들은 매년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쳐 12월 말쯤 인상안을 확정한 뒤 이듬해 인상률을 적용한다. 앞서 실손보험료는 ▲2019년·2020년 각각 6~7% ▲2021년 10~12% ▲올해 14.2% 인상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 손보사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둬 실손보험료의 두 자릿수 인상이 적절치 못하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상위 4사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1~3분기(1월~9월) 개별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2조8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5246억원) 증가했다.

특히 손보사들은 올해 자동차 손해율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내년 자동차 보험료 인하율을 1%대 안팎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위 4개 손보사의 1~3분기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8.5%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p) 개선됐다. 손보사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80%로 본다.

이 같은 매출 실적과 손해율이 개선된 것에 비해 보험료 인하율 1%대는 인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과 인하에서 모순된 행보를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보험 및 금융 소비자 관련 단체들은 실손보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만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금이 불필요하게 새어나가는 걸 해결하지 않고 보험료를 인상만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에게 손해율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실손보험금이 적자가 주된 원인은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브로커 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이나 과잉 진료 등이다. 실제로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약 0.27%(보험금 수령자 중 0.8%)인 소수가 연간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해 매년 보험료 인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실손보험 가입자 전체 중 약 70%가 보험금을 한 번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배 홍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매년 보험사는 손해율이 악화돼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고, 금융당국은 이를 승인해주는 악순환으로 반복이 되고 있다"며 "정확한 분석과 경영 개선을 통해 보험금 누실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배 국장은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가입자들은 제외된 채 통보만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도 "현재 손보사의 손해율에는 보험 사기 등으로 인한 누수 금액도 다 포함돼 있어 손해율이 정확하게 산정된 건지 검토해야 한다"며 "또 보험회사들이 보험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제기했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과잉 진료나 보험 사기 등의 문제를 개선한다고 해도 보험사의 적자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 문제 등 적자 원인을 개선하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보험료 인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사 관계자 역시 "보험사들의 보험 영업이익은 만성적자이다. 이를 투자 영업이익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손보험의 적자는 실손보험의 상품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며 "심사 없이 의료비를 대부분 지원하는 상품 구조상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상품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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