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

[월요신문=승동엽 기자]한화그룹이 2008년 인수에 실패했던 대우조선해양을 마침내 품에 안은 가운데 실질적인 최종 인수까지 남은 과제가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각각 1조원, 5000억원, 4000억원,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차지해 최대주주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는 2001년부터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온 뒤 21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성공했다.

앞서 한화는 지난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한화는 현대중공업과 2파전을 벌인 끝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자금조달 등에 난항을 겪으며 2009년 인수가 결렬됐다.

이번에 인수 본계약 체결에는 성공했지만 한화가 앞으로 풀어 나가야할 과제는 산적했다. 이들 과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이 미진할 시 최종 인수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방산부문에 특히 강점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재무구조 개선, 노조, 기존 저가수주 전략 등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고 평가했다.

Q.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인해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최종 인수한다면 방산분야에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업 '빅3'로 불리는데,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방산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잠수함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강점을 보여 왔습니다. 일각에선 당초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의 방산분야만 인수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돌 정도였습니다.

Q. 인수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합병 절차가 진행되려면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승인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예상되는 걸림돌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 전체를 보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는데, 한화 입장에서는 이 부분에 있어서 심사가 통과될지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LNG는 한화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독과점 문제가 아주 깊지는 않지만 살짝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EU 경쟁당국은 LNG 운반선 독과점 우려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한 바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뉴시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뉴시스

Q. 또 다른 인수 '암초'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제는 재무입니다. 다시 말해 돈 문제인데,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부채비율이 1200%가 넘습니다.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서 부채비율은 떨어질 것이지만, 대부분의 부채가 단기부채인 점도 문제입니다.

지금 금리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 또한 올라갈 텐데 그렇다면 새로운 투자가 필요합니다.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선 또 다시 유상증자를 해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화는 또한 '캐시카우'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한화의 단점이 모든 사업부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투자가 필요한데 대우조선해양까지 인수하면서 또 투자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 부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큰 고민일 것입니다.

Q. 최종 인수 후 경영정상화에 있어서는 어떤 과제가 있을까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주인이 없는 기업이었습니다. 그동안 적자가 많이 쌓인 이유는 주인이 없는 기업이다 보니 공장을 돌리기 위해 저가 수주 전략을 많이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적자는 지속됐으며, 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는 저가수주로 어느 정도 관습화 된 경향이 있습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수주비용을 올려야 할 텐데 과연 시장에서 통할지가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노조문제도 남아있습니다. 이는 한화가 처음 겪게 될 노조문제일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금속노조 중에서도 강성노조로 꼽힙니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이정도로 강성노조를 겪어본 일이 없습니다. 일방적으로 노조를 누를 수도 없고, 이를 어떻게 부드럽게 풀어갈 것인지가 과제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LG이노텍 경영혁신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분석 통계 전문가가 되면서 기업 혁신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업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평가하는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과 CEO의 경영성적을 알리며 재계와 상장사, 공기업, 금융회사, 비공개법인까지 경영성적을 집중분석해 순위를 매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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