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상당의 뇌물·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71표 중 찬성은 101표에 그쳤고 반대 161표, 기권 9표였다. 정의당이 표결 전 찬성 입장을 밝힌 만큼 결국 169석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되었다고 봐도 된다. 거대 야당이 '방탄국회'를 실현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이러니 여의도 국회를 어떻게 신뢰하느냐"고 반문한다.

특히 어제 민주당이 대거 반대표를 던져 노 의원 비호에 나선 것은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향후 '이재명 사법 리스크' 대비로 보여 더 우려스럽다

노 의원은 검찰 수사에 대해 '야당 탄압'이니 '검찰 농단'이니 반발하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노 의원은 사업가로부터 6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노 의원 자택 압수수색 결과 3억원의 현금다발이 발견되기도 했다. 부의금이나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돈이라고 했지만 시기 등이 맞지 않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적지 않다.

21대 국회 들어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3명의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되면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대해 국민들은 정치의 기대감을 가졌는데, 이번에 부결되는 것을 보면서 정치의 신뢰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다수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있을지 모를 체포동의안에 대해 미리 예행연습 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공식적인 논평은 없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불체포특권'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이 규정한 장치이지, 개인의 비리·범죄에 대한 수사를 막아주는 방탄막으로 이용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무기로 부결을 시켰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은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아주 두껍고 튼튼한 뚝도 손톱만큼 자그마한 구멍에서 조금씩 흐르는 물이 세어 뚝이 완전히 파괴되어 무너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권력의 부메랑을 알면서도 이런 상황을 만드는 정치권이 안타깝고 한심하기도 하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범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국회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 개혁 이슈가 불거지면 여야 할 것 없이 불체포특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 목소리를 높이다가 막상 입법 단계에선 발을 빼는 패턴이 반복됐다. 제도적 개선이 없는 한 '방탄국회'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에 큰 차질이 있는 건 아닐 터이다. 국회 회기가 끝나는 1월 초에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고,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회부할 수도 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재판과정을 통해 좀 더 명백히 드러날 것이다. 노의원은 공인으로서 국민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를 바란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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