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이인영 기자]"혹시 나도 대상자일까. 매일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기업 구분 없이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실적 부진 및 악화 우려가 주된 원인으로, 임직원들의 생존을 위한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이들의 외침은 '절차의 투명성'이다.

먼저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의 기본 개념부터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다. 희망퇴직이란 단어 그대로 자발적 신청자에 한해 진행된다. 대개 정년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직원에게 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일정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또 근로자와 회사 간 합의가 있다는 점에서 해고와는 구별된다. 해고는 일방적 의사 표시에 의한 근로 관계 종료를 말하며, 직접 사직을 권고하거나 이외 무언의 압박으로 퇴직을 종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희망퇴직과 의미가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빙자한 인위적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선정 대상과 규모 등을 말해달라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CJ ENM은 연초 조직 개편을 단행한 이후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효율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사실상 구조조정이라는 내부 고발이 나온 것. 한 직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계열사로 이직을 권한 사례도 있다"며 "처우가 달라짐에도 직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측은 신속한 시장 대응과 전략 실행력 확보를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체외진단 전문기업 휴마시스 역시 최근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이후 내부가 시끄럽다. 지난달 경영지배인으로 선임된 김성곤 인콘 대표가 각 부서장들에게 부서원의 약 50~70% 정도를 무작위로 골라 내보내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에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두 회사의 경우 올해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고 볼 수 있다.

CJ EN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3.7% 줄어든 13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조792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165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앞서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이 2276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다. 

휴마시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사업으로 팬데믹 기간 실적과 시가총액이 크게 올랐으나 엔데믹 전환에 따라 매분기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2032억원을 기록했으나 3분기 91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은 464억원으로 적자 폭도 확대됐다. 이 밖에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부터 셀트리온과의 공급계약 분쟁까지 겹악재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은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 인적 구조조정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투명한 절차를 밟자는 것이 요지다.

회사 입장에서는 저비용 고성과자보다는 고비용 저성과자가 퇴사하는 편이 무조건 이득이다. 다만 모든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근로자는 물론 기업 또한 조금이라도 부당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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