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다빈 기자]연일 계속되고 있는 금융권 최대 화두 중 하나는 현 정부의 '은행 때리기'다. 올해 초 신한·KB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성과급 지급을 두고 시작된 윤석열 정부의 말 한마디가 이제는 '은행 옥죄기'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은행들의 고금리 시대 '이자 장사'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고금리 시대에 서민들은 이자 1%p 상승에도 힘들어하지만, 은행들은 막대한 수익으로 웃음꽃을 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은행들의 업무시간에까지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줄였던 은행 지점 업무시간을 정부가 선제적으로 '원상회복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부가 은행들의 수익구조와 업무행태를 못마땅해하더니 이제는 업권 구조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그 방안으로 정부는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으로 굳어진 대형 시중은행들의 독과점을 깨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5개 은행을 국민 10명 중 7명이 이용할 만큼 독과점 행태가 너무 심해, 혁신은 뒤로하고 수익 올리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스몰 라이센스' 등의 도입을 통해 은행업을 위한 허가 등을 간소화,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서비스 개선에 대한 가능성은 있다. 시장 경쟁자가 많아질수록 '해도 될까' 하는 은행들의 생각이 '우선 해보자'로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다'를 입증할 사례는 가까이 있다. 우리나라 저축은행 업권이다. 현재 국내서 영업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수는 78개에 달한다. 하지만 SBI·OK·웰컴저축은행 등을 제외하고 국민들은 나머지 저축은행의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정부의 논리대로면 수십 개가 운영되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의 혁신은 진작 일어났어야 한다.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신규 서비스 및 사업을 야심 차게 시작할 수 있는 '도전정신'조차 갖지 못하게 하는 시장 상황, 크게 보면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SVB(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 사태는 심히 글로벌 경제 불황 우려를 가져다주기에 충분했지만, 그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미국의 대부분 은행은 사업 모델이 각기 다르고, 수중에 유동성도 풍부하기에 나머지 은행권으로 사태가 번질 위험은 낮았다.

하지만 한국은 이 같은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서민 1세대가 억 단위가 넘는 대출을 흔치 않게 보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주거공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수 억원대 육박하는 부동산 소유를 위해 연 소득이 억 단위를 넘어가는 가계가 절대다수가 아니지만, 억 단위를 넘는 빚을 갖고 있는 서민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서민들은 안정적인 재정 규모를 갖춘 금융기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재정구조가 열악한 곳이라면 언제라도 대출금리가 변동되거나 상환일시가 빨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이고, 대출을 많이 취급할 수 없는 은행들은 다수 고객을 받지도 않는다.

즉 현 시중은행들의 독과점 구조는 이 같은 경제구조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은행 수만 늘리는 것은 능사가 될 수 없다.

단순 은행사업자 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가 시중은행들의 신사업을 유도할 수 있는 재정적·제도적 개선이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메가뱅크'를 육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관련 금융기관을 늘리는 게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은행들을 향한 '매'가 은행업권에는 '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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