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하이퍼 X2 경쟁력은 섬세한 디자인"

김강민 BAT그룹 뉴 카테고리 디자인 부문 총괄. 사진=BAT로스만스
김강민 BAT그룹 뉴 카테고리 디자인 부문 총괄. 사진=BAT로스만스

[월요신문=이인영 기자]"기능만을 강조한 제품은 혁신적이지 않다.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휴대성'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김강민(Ken Kim) BAT그룹 뉴 카테고리 디자인 부문 총괄은 27일 '글로 하이퍼 X2' 출시를 기념해 진행된 라이브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전 세계 BAT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최초의 한국인 디자이너로, BAT로스만스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글로 하이퍼 X2 기획‧디자인을 주도한 인물이다.

앞서 BAT로스만스는 지난달 28일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인 글로 하이퍼 X2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이번 신작은 고급 인덕션 히팅 기술을 적용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그립감과 휴대성 및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무광의 매트한 질감과 유광의 메탈릭 포인트를 혼합한 투 톤 디자인으로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느낌을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제품 컬러는 민트 블루, 메탈 블랙, 메탈 오렌지, 블랙 레드, 화이트 골드 등 5가지로 선보인다.

특히 한국인 디자이너 손에서 탄생한 제품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인기 비결로는 단연 '디자인'이 꼽히는 만큼 그에게 직접 제품 탄생 스토리와 디자인 철학 등을 들어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글로벌 기업인 BAT그룹에서 디자인 총괄로 활약하고 있는데,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요.

현재 BAT그룹에서 뉴 카테고리 부문의 디자인 총괄로서 뉴 카테고리 포트폴리오 내 다양한 제품 디자인을 맡고 있다. 회사 대표 궐련형 전자담배 브랜드인 글로(glo)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Vuse), 파우치형 머금는 담배 벨로(Velo) 브랜드의 디바이스, 악세세리, LEP 패키징 등이 바로 그것.

앞서 미국에서는 오라클, 시스코와 같은 테크 기업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SK텔레콤에서 UX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20년 BAT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LG전자에서 약 15년간 근무했다. 마지막 역할은 LG전자 뉴비즈니스센터 UX혁신 팀장으로 디자인 업무를 총괄해 왔다.

Q. 최근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매우 뜨겁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시장 트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현재 전자담배 시장은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도입기에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기획했다면, 성장기에는 고객이 제품을 통해 편하고 높은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다. 

또 다른 변화는 바로 스마트함이다. 고객의 행동과 패턴을 이해해 그것에 맞게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제품 자체는 심플하면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트렌드가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Q. 이번에 출시한 '글로 하이퍼 X2' 제품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수 있나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많은 디자이너와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는다. '어떻게 하면 달라질까. 어떻게 하면 새로워질까'하고 생각한다. 보는 것 모두가 영감의 소재다. 특별히 무언가를 보아야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닌 보는 것, 특히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주머니에 제품을 넣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며 이외에 휴대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참고하는 편이다.

투 톤 디자인은 BAT만의 아이덴티티를 부각하는 요소로 활용했다. BAT만의 독창성은 '조합과 조화'라 생각했다. 대조(콘트라스트)를 잘 배치하면 조화로움이 부각된다. 투톤의 매치는 강렬함과 부드러움, 유연함을 모두 갖췄다. 컬러 조합뿐 아니라 촉감과 소재 등의 조합을 다각도로 고민해 제품을 디자인했다.

글로 하이퍼 X2 제품 연출 이미지. 사진=BAT로스만스
글로 하이퍼 X2 제품 연출 이미지. 사진=BAT로스만스

Q. 디자인 전문가가 바라본 한국 시장만의 특징은?

한국 시장은 특별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정보력, 주변의 시선 등 수많은 요인을 고려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한국인을 이해하고 사려깊게 디자인하면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Q. 한국 시장에서는 '블랙 컬러' 수요가 특히 높다. 이외 개인적으로 심혈을 기울인 색상이 있다면.

모든 전자 제품은 블랙 컬러가 가장 인기가 높다. 기본 컬러인 만큼 블랙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레드는 구현하기 어렵지만 블랙에 액센트가 되는 컬러로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블랙과 레드 조합을 출시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노력 끝에 탄생한 '민트-블루'에 애착이 있다. 티파니(Tiffany) 블루와도 같은 글로만의 특별한 블루를 개발하고 싶었다.

Q. 경쟁작 대비 글로만의 장점이 있다면. 이밖에 제품 디자인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에 있어 디자인은 전부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예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엔지니어(기술자)와 기획자도 모두 디자이너다. 제품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는 고객과 만나는 첫 번째 접점이기 때문이다.

글로의 경쟁력은 섬세한 디테일이다. 액센트 컬러와 질감의 대비를 통해 감각적이면서도 트렌디한 감성을 담고 싶었다. 이와 함께 셔터를 돌리는 각도에도 집중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손가락 길이가 다르고 사람마다 돌리는 각도가 다르기 때문에 '최적화'를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했다.

또 실제로 한손 사용이 많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제품 크기와 넓이를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과 많은 회의를 거쳤다. 그립의 경우 편안함을 고려해 코너를 부드럽게 마감했다. 글로 하이퍼X2는 이 같은 간절함이 잘 표현된 작품으로 각 부분 요소별 디테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Q. 제품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을 위해 포기한 기술이 있는지. 반대로 기술 구현을 위해 디자인 측면에서 포기한 부분이 있는지.

포기보다는 덜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디자인만 강조하다보면 편리함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스트 버튼'이 대표적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하나의 버튼이 간결하지만, 사용 과정에서 고객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두 개의 버튼을 분리해 적용했다. 무엇보다 소비자 편의성이 최우선시 돼야 한다.

Q. BAT그룹 최초의 한국인 디자인 총괄로서 목표는 무엇인지. 함께 작업하는 디자인팀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BAT그룹의 기업 문화는 다양성(Diversity)다. 디자인 팀 인원은 총 34명으로 대다수가 LG, 소니, 다이슨, 화훼이, 앵커 등에서 제품 디자인 업무를 경험한 바 있다. 이중 한국인 디자이너만 4명이며, 전반적으로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 비율이 높다.

아시아 디자인의 강점은 '디테일과 정제'에 있다. 실제로 글로의 대표 기능인 부스트 모드, 아이리스 셔터의 디테일 등 많은 부분을 사실상 한국인 팀원들이 모두 맡았다. 글로 프로 슬림 디자인의 초기 컨셉 역시 한국 팀이 모두 주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Q. 개인의 디자인 철학과 BAT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제품 디자인은 비즈니스 디자인과 같은 선상에 있다. 비즈니스 디자이너는 사업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고객 편의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철학은 '유연함을 갖는 디자인을 하자'는 것이다.

글로의 경우 큐레이팅 콘트라스트를 통한 유연한 접근으로 다양한 고객의 취향을 고려했다. 이기는 디자인이란 결국 사업적인 우수함, 고객의 취향, 각 시장마다 특색있는 대응법을 모두 고려한 결과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로서 살아남고 싶다. '이기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말과 같다. 이를 통해 글로가 카테고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또 기능이 강조된 제품은 혁신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객의 취향을 제대로 읽고 이에 대응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심플하고 간결하게, 고객 경험과 상황에 맞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다. 제품 특성상 편안하지만 안전한 제품을 선보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 김강민 BAT그룹 뉴 카테고리 디자인 총괄

캔자스 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술 산업‧가전‧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 및 UX(소비자 경험) 디자인 경험을 쌓았다. LG전자에서 15년간 UX 디자인, 상호작용 및 산업 디자인 분야를 경험했으며 2020년 BAT에 합류, 현재 영국 BAT그룹에서 뉴 카테고리 디자인 총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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