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2월에 이어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2월에 올해 소비자물가를 3.5%로,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날 소비자물가는 전망치에 부합하겠지만 경제성장률은 전망치를 소폭 밑돌 것으로 판단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 행진인 가운데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1∼2월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와 광공업생산지수도 하강 추세다. 수출과 내수 모두 쌍끌이 부진을 겪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달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등 빈발하는 글로벌 은행 위기도 실물 경기에 부정적이다. 결국 경기 하강과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라 보여진다.

지난해 전체 상장사의 18.6%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한다. 건설 분야는 10곳 중 4곳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대출은 시한폭탄이다. 지난해 말 현재 1019조8000억원으로 규모가 한 해 동안 12.2% 늘어난 것도 우려스럽지만 연체율이 지난 1월 말 기준 0.33%로 1년 전(0.17%)에 비해 2배 가까이 뛴 게 더 큰 문제다.

경기 하강기에 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말도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2%대의 대출이율이 6% 가까이 늘어난 상황을 정상적인 시스템이라 생각하고 버틸 수 있겠는가? 하반기 정부의 원금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부실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 가계대출은 1050조원으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줄어드는 추세지만 연체율이 치솟아 여전한 위협이다.

한국은행의 금리동결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미 연준이 5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질 수도 있다. 금리 격차로 인해, 환율상승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으로 인해 수입 물가와 외환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우선 채무연체 폭탄으로 인한 경제상황 마비에 대한 대책 강구가 우선이지 않을까 본다.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수준은 연말에도 3% 초반 정도로 보고 있다"며 "물가가 충분히 그 이하로 떨어져 중단기 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인하에 관한 논의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2개월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 금리인하에 대한 예측을 차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올 4분기에 가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자영업자들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하반기에 금리인하 등 특단의 대책을 통해 경제활성화가 필요해 보인다.

기업이 살고, 기업이 세금을 내야 국가가 운용되는 것이다. 올해 세수 부족을 국민들이 걱정하는 상황 속에 경제 상황을 살펴야 한다. 시점을 한국은행이 판단하겠지만, 대출 원금 및 이자의 연체로 금융기관까지 부실로 떠안게 되면 국가 경제가 어디서 어디로 튀어 나갈지 감당이 안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기를 차단하는 동시에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금통위가 고물가 현상보다 경기 침체 문제를 훨씬 심각하게 보고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물론 한·미 금리차 확대는 고민되는 부분이다. 잇단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상 기조를 고집하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가장 큰 1.75% 포인트로 벌어진다. .

이런 점을 감안해도 한은이 경기 활성화 쪽에 손을 들어준 만큼 정부 정책이 더욱 중요해졌다. 수출 지원과 투자 증대에서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무역금융 지원 및 규제 완화책을 서둘러야 한다. 민생 회복 방안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금리동결을 마중물로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터널에서 속히 빠져나오길 고대한다. / 박재성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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