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교실 수업 도중에 몽골 학생 금별이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들어온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살금살금 걷는 것처럼 조심조심 움직이는 그의 몸짓이 너무 재미있다. 아직 한국어 초급 수준이어서 전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금별이가 그 놀이는 어떻게 배웠을까? 내가 어린 시절 시골 마을 달이 밝은 밤이면 친구들이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즐기던 놀이가 아닌가? '오징어 게임'의 영향으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이제 전 세계인의 놀이가 된 듯하다.

무궁화는 7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피는 여름꽃이다. 무궁화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시간은 24시간이다. 새벽에 꽃이 피고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기 시작해서 해가 지면 꽃이 떨어진다. 무궁화는 이렇게 매일 20∼30송이씩, 약 100일간 2000∼3000송이 새로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이런 무궁화의 특징이 시련과 역경을 이겨낸 우리 민족의 정신과 비슷하다고 하여 독립운동가들은 무궁화를 민족의 상징으로 여겼다.

신라와 고려 시대 문서에 이미 우리나라를 '근화향', 즉 '무궁화 나라'라고 칭했다는 기록이 있다. 무궁화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꽃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이후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는 기공식에서 학생들이 부른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가사가 처음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무궁화는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꽃이 됐다. 1919년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에 무궁화가 그려져 있다. 남궁억 선생은 강원도 홍천 모곡학교에서 무궁화 묘목을 재배해서 전국 각지로 보급했으며, 〈무궁화 동산〉 노래를 지어 마을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우리의 웃음은 따뜻한 봄바람

춘풍을 만난 무궁화 동산

우리의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또다시 소생하는 우리 이천만

빛나거라 삼천리 무궁화 동산

잘 살아라 이천만의 고려족이여

1945년 광복 이후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하면서 국기봉에 무궁화를 사용했으며, 정부와 국회의 표장에도 무궁화 도안이 쓰이면서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자리잡게 됐다. 무궁화는 그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에 따라 관습법적으로 우리나라의 국화로 인정받고 있다. 무궁화는 대통령 표장과 훈장, 장·차관 및 국회의원의 배지, 군·경의 계급장 등에 정부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남궁억 선생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 이 무궁화가 활짝 피는 날을 꿈꾸며, 무궁화 묘목을 배포하고, 무궁화를 노래를 가르치며, 어린이들에게 무궁화 놀이를 장려하였다. 그런데 지구촌 곳곳에서 세계의 어린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어로 소리치며 놀게 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무궁화는 영어로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고 부른다. 샤론은 평화를 의미하는 팔레스타인의 벌판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 놀이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평화롭게 즐기는 놀이가 되었다. < 무 · 궁 · 화 · 꽃 · 이 · 피 · 었 · 습 · 니 · 다 > 온 세계에 평화의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평화의 메시지로 들려오지 않는가? / 유원열 목사·전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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