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교수. 사진=뉴시스
이지선 교수. 사진=뉴시스

이지선 씨가 금년 3월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3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은 아픔을 딛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준 이지선 씨가 모교 교수로 강단에 서게 된 것이다. 나는 20년 전에 읽은 그녀의 자전 에세이 '지선아 사랑해'를 서가에서 다시 찾아내어 읽어보았다.

"어젯밤 11시 반쯤 서울 한강로 1가에서 만취 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갤로퍼가 마티즈 승용차 등 여섯 대와 추돌했습니다. 이 사고로 마티즈 승용차에 불이 나서 차에 타고 있던 스물세 살 이모씨가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갤로퍼 승용차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5퍼센트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2000년 7월 30일 이 교통사고로 긴급 후송된 이모 씨가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4학년 이지선 씨였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사고로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을 건졌지만, 그녀는 2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는 고통을 겪었고, 다섯 차례의 피부이식 수술을 한 후 7개월만에야 퇴원하여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을 가지 않는가? 외계인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을 지선 씨 스스로도 마주 대하기 어려웠다. 그녀를 만나는 사람마다 "쯧쯧, 저러고도 살 수 있을까?" 그녀에게 상처 주는 말을 던지고 지나간다. 그런 모습으로 지선 씨가 교회에 가서 예배에 참석했다. 그런데 설교를 마친 목사님께서 단상에서 내려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서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고 말씀하신다.

"지선아. 사랑하는 내 딸아. 내가 너를 세상 가운데 세우리라. 아프고 병든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게 하리라."

나는 그때 지선 씨 목사님의 믿음이 참으로 놀라웠다.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갑자기 잃어버린 20대 여대생의 좌절이 얼마나 크겠는가? 자신의 모습이 어린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유아 교사를 꿈꿔온 그녀에게 얼마나 가슴이 아픈 일인가? 그런 상황에서 지선 씨가 어떻게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과 무심코 내뱉는 언어가 그녀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지선 씨의 목사님은 그런 그녀의 얼굴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으며, '아프고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리라' 고귀한 믿음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었다.

이지선 씨는 사고 이후 30번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으나 이전의 얼굴을 잃고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여덟개 손가락을 한 마디씩 절단해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1급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이러한 아픔을 이겨내고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아름다운 소식을 20년 동안 간간이 우리에게 전해 주곤 했었다..

지선 씨는 2001년 이화여대를 졸업하고서 미국으로 떠나 보스턴대학교에서 재활상담학 석사학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2016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서, 이듬해 한동대학교 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이지선 씨는 스물셋에 사고를 만나서 떠나게 된 이화여자대학교에 23년 만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돌아와 모교에서 후배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쁨을 누리며, 아프고 병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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