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설립 후 상품 판매 아닌 현지 결제 네트워크 구축
성장성 큰 시장에 도전, 차원이 다른 현지화 전략 주목

[월요신문=고서령 기자]BC카드의 해외 시장 진출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계 카드사들이 현지 법인 설립 후 여신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직접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비씨카드는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 산하 국영결제사업자와 '키르기스스탄 금융선진화를 위한 결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카드사 최초 키르기스스탄 진출 사례에 해당한다. 

키르기스스탄은 40만 사업자 중 결제 단말기 설치 가맹점수가 1만개에 불과할 정도로 결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나,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 평가 받고 있다.

비씨카드는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결제 네트워크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진출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본 상황"이라며 "이제는 중앙아시아로 시장을 넓혀가는 단계로 키르기스스탄과 업무협약은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향후 우주베키스단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고 부연했다. 

앞서 비씨카드는 지난 1월 몽골중앙은행과 '몽골-한국 간 결제망 연결 사업' 추진 및 몽골 내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비씨카드는 몽골중앙은행과 한국 간 카드 결제 네트워크를 직접 연결하게 됐다. 몽골 국민은 자국 결제 브랜드인 'T-Card'를 한국 내 ATM 및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간 지불하던 각종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비씨카드는 지난 2017년 인도의 지급결제기관인 NPCI와 상호 결제망 사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비씨카드 이용자들은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아니어도 한국전용 카드를 인도에서 쓸 수 있게 됐다.

비씨카드의 해외진출 전략은 신한·KB국민·우리카드 등 국내 여타 은행계 카드사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들 은행계 카드사들은 통상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해외법인을 설립 후 ▲신용카드 출시 ▲할부금융 ▲신용·담보대출 ▲리스금융 ▲자동차할부금융 등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BC카드 홀로 카드사 본업인 결제 업무에 뛰어들어 결제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출 지역에 있어서도 BC카드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현지 교민이 많은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몰려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금융사들이 거의 없는 중앙아시아 등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업계는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에 더해 조달 금리 부담 증가 등으로 실적악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위기 타계를 위한 대안으로 해외 시장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은행과 증권 등 여러 계열사들이 함께 현지에 진출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데 이 같은 도움을 받기 힘든 BC카드가 오히려 더 눈에 띄는 비즈니스 전략을 펼쳐 보이고 있다"며 "현지 결제 네트워크 구축은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와 관련 BC카드 관계자는 "결제 네트워크 부문에 특화돼있다는 점이 다른 카드사들과 차별화되는 이점이자 강점"이라며 "비씨카드 결제 네트워크가 구축된 국가에서 비씨카드만 있으면 자유롭게 결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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