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 줄고 요주의이하여신액 크게 증가
호황기 늘렸던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돌아와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3.06.15. 사진=뉴시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3.06.15.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부동산 호황기 때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캐피털사들이 시황 변화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로 시름 중이다.

19일 업계 따르면 국내 주요 캐피탈사 자산건전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4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1248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요주의이하여신액은 지난해 말 2조524억에서 올 1분기 2조996억원으로 증가했다.

KB캐피탈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74억원으로 지난해 838억원에서 40% 넘게 줄었다. 요주의이하여신액은 1조120억원으로 지난해 말(8346억원) 대비 21% 가량 늘었다.

메리츠캐피탈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동기(658억원) 대비 12%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요주의이하여신액은 4281억원으로 지난해 말 2683억원에 비해 무려 59% 확대됐다.

IBK캐피탈 당기순이익도 440억원을 기록, 역시 전년 동기(510억원) 보다 줄었다. 요주의이하여신액은 지난해 말 732억원에서 올 1분기 2694억원으로 200% 넘게 급증했다.

요주의이하여신은 연체기간 3개월 미만의 대출금으로 잠재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불황이 이어지면서 캐피털업계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나이스신용평가도 정기평가 보고서를 통해 "캐피털사 22곳의 재무상태 등을 분석한 결과 향후 자금 조달과 부동산 금융 여건이 나빠져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캐피털업계가 타 업권 대비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부동산 호황기 때 부동산 PF 대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렸고, PF 대출 중 브릿지론 투자비중이 많다는 점에서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릿지론은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PF 전에 주로 토지매입, 인허가, 시공사 보증 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실행한다. 문제는 공사 착공 이전에 사용되는 만큼 브릿지론 실행 이후 본PF가 이뤄지지 않을 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급격히 진행되는 등 리스크가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업계가 부동산 PF 대출 비중을 늘려온 만큼 여신 관리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라며 "부동산 시장이 나아지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올 하반기 전망도 썩 좋은 편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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