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서령 기자]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 이어 지난주 다시 한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면서 증권가가 들썩였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주의를 기울였다면 해당 종목들의 위험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동일산업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 ▲동일금속 등 5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해당 종목들은 회사에 별다른 호재가 없을뿐더러, 사실상 시장에서 소외된 종목임에도 지난 2~3년간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며 이른바 '천국의 계단' 주로 불렸다. 2020년부터 지난 13일 하한가 전날까지 ▲만호제강 +354% ▲방림 +345% ▲동일산업 +294% ▲동일금속 +188% ▲대한방직 +14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5개 종목 모두 유통주식수가 적어 주가조작에 이용되기 쉽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만호제강(54%)을 제외한 네 개 종목들의 유통주식 수 비율은 40%대 남짓이었다.

그리고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강모씨가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됐다. 검찰은 그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영장엔 강모씨가 커뮤니티를 통해 시세조종을 해 104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고 적시했다.

게다가 강씨는 지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약 1만회에 걸쳐 코스피 상장사 ▲조광피혁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대한방직에 대해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의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을 확정 받은 전력이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해당 5개 종목을 사전에 인지하고 조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증권사들 역시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해당 종목들에 대한 이상을 감지하고 신용거래 불가 명단에 포함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동일산업, 대한방직, 방림, 동일금속 4개 종목을 신용거래 불가 종목으로 지정했다.

다올투자증권 역시 작년 12월 말 대한방직과 만호제강의 신용거래를 제한했다.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이번 하한가 사태가 터지기 한, 두 달 전부터 해당 종목의 신용융자를 불허했다.

증권사들이 해당 종목들의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투자자에게 증권사의 신용제한은 투자 유의에 대한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빠르면 지난해 말부터 해당 종목들에 대처할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누군가의 확신 및 설득에 기반해 투자 결정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이 아닌 기업의 재무제표, 해당 산업의 현황을 근거로 합리적 의구심을 품었다면, 매력적인 투자종목이 아닌 위험한 투자종목으로 판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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