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이야기' 교육법 창안자 박문희 아람마주어린이집 원장

박문희 아람마주어린이집 원장님. 사진=김지원 기자

 

한국에서 영·유아기 '교육'이라 하면 '부모와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말하기 교육'이라 하면 '논리 정연하게 핵심 위주로 본인 의사를 전달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박문희 아람마주어린이집 원장은 이 같은 교육 방식이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습득도록 강요, 아이들만의 순수성을 해치고 사고의 창의성과 자율성까지 제약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박 원장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본인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마주이야기' 교육법을 창안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적용 중이다. 

박 원장의 마주이야기 교육법에 대해선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가 나온다.  소통이 핵심인 마주이야기 교육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본인 의사를 말로 표현하며 좀 더 행복해지는 걸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 아이 한 명 한 명이 더욱 소중해진 오늘날, 마주이야기 교육이 무엇이며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더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지 박문희 원장에게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자리에서만 40년 넘게 아람마주어린이집을 운영 중이시다. 1946년생으로 조만간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시기도 하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산증인 중 한 명이라 본다. 우선 어떻게 유아교육 일에 뛰어들게 됐는지 듣고 싶다. 

- 젊은 시절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만 봐도 천사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아이들의 그 모습이 좋았다. 대학에선 영문을 배웠다. 그때 우연히 신문에서 유치원 교사 모집 공고를 봤고 시험을 보고 유치원 교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천국 같다. 

◆ 1990년 마주이야기 교육법을 창안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로부터 30년 넘게 실제 현장에서 마주이야기 교육을 실천 중이시고 이를 알리는 데 노력해 오셨다.  마주이야기 교육을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 

-유치원 교사 일을 시작하고 10년 정도 일반 유치원에서 근무하다 1983년 처음 유치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3년 정도 지나 교육학자인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그분을 통해 초등생 대상 마주이야기 교육을 처음 알게 됐다. 

당시 말하기 교육이라 하면 웅변이나 동화구연 등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오덕 선생님을 통해 마주이야기를 하는 게 아이들 말하기 교육에 중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 마주이야기 교육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마주이야기는 말 그대로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고 감동해 준다는 의미다. 

학부모님들께 아이들과 마주 보고 한 이야기를 그대로 써서 보내달라 해서 그 내용을 보고 이를 토대로 교육 방향을 잡는다. 

아이들이 직접 마주보고 한 이야기는 언제나 놀람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엄마에게 "엄마 나 동생 낳아줘"라 말했고 이에 엄마가 "동생 낳으면 엄마 아빠는 동생만 예뻐해 줄 텐데 그래도 좋아?"라고 하자 "동생은 내가 예뻐해 줄 테니까 엄마 아빠는 나만 예뻐 해주면 돼"라고 말하더라.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라 아이 엄마도 그리고 우리도 크게 감동받은 적이 있다.

그 외도 마주이야기 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순수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웅변이나 동화구연 같은 말하기 교육에선 절대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척 하는 말이 아닌 진짜 아이들의 말을 들을 수 있기에 그 아이를 더 잘 알 수 있고, 아이 스스로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보니 본인이 느끼는 만족도도 더 큰 편이다.    

◆ 기존 교육 방식과 차이는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 준다는 점인가? 

-한국 교육은 애들 말은 쓸데없는 말이라고 해서 애들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게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집에선 선생님 말 잘 들으라 하고, 선생님은 부모님 말 잘들으라 한다. 정작 아이들 말은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의 말은 문제가 있을 때 나온다. 당연히 더 집중해서 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아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마주이야기 교육이고 그게 기존 교육과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겠다. 

◆ 마주이야기 교육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 

-다른 곳에선 웅변이나 동시 낭송을 주로 하고 시상을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우린 마주이야기 잔치를 한다. 엄마 아빠를 초청해서 아이가 한 말은 아이가 부모님이 한 말은 부모님이 그대로 연극 하듯이 말한다. 

웅변이나 동시 낭송은 청자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다. 듣는 사람만 듣고 상을 줄 때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반면 마주이야기 잔치는 현장에 온 모든 분들이 다 귀담아 듣고 웃고 재미있어 한다. 그 같은 과정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본인에게 더 집중하고 본인을 위할 수 있게 변한다. 

박문희 아람마주어린이집 원장님.

◆ 내 아이를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마주이야기 교육은 일반 가정에서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 식으로 적용이 가능하겠나?

-마주이야기 교육에 구체적 방법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말을 듣고 같이 공감해 주는 게 우선이다. 이를 위해 부모님들은 화내거나 소리 치거나 등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말 잘 들어야 해"라고 반복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들기에 앞서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 마주이야기 교육의 장점이 크다고 하지만 기존 교육 방식과 달라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어려움이 적지 않다. 원아를 모집할 때부터 부모님들이 "뭐 가르쳐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소위 교육계에 있다는 분들도 본인들이 알고 배워온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마주이야기 교육을 쉽게 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는 아이들 교육에 들어주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말하는 데 그걸 부모님부터 알아주시지 않으면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에게 아이를 맡기신 부모님들은 이를 잘 이해해 주시는 편인데, 교육계 종사자들이 여전히 마주이야기 교육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교육계 트랜드가 평가 중심으로 변한 것도 마주이야기 교육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 기존과 다른 교육 방식이다 보니 이를 획일화해 평가하기 쉽지 않는데 교육당국은 보조금을 내걸고 이를 평가하려고만 한다. 현장에 필요한 교육이라 믿는 분들도 많은데 그 같은 점은 아쉬움이 될 수 밖에 없다. 

◆ 끝으로 그동안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주이야기 교육 보급에 노력해 오신 걸로 안다. 원장님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거창하게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지금은 내가 맡고 있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보살피는 거 그게 최우선 과제다. 우리를 믿고 아이를 보내주신 부모님들이 있기에 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친다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 말 속에서 우리가 더 많은 걸 배운다. 이를 위해 들어주기 교육이 필요하다.   

바람이 있다면 국가에서도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현장을 알고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돈으로 교육기관을 좌지우지 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펼쳐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란다. 

인터뷰=김영 국장
정리=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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