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급 9위 임철우, 밴텀급 2위 장동훈과 맞대결
늦은 나이에 프로 복서 데뷔, 사생결단 최종대결

임철우 선수는 오는 14일 슈퍼페더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사진=곽민구 기자

 

'설상가상' 오는 14일 슈퍼페더급 경기를 앞두고 있는 페더급 국내 랭킹 9위 임철우 선수가 현재 처한 상황이다. 33살 늦은 나이에 프로무대에 뛰어들어 홀로 경기를 준비해 온 그가 이번에는 슈퍼밴텀급 랭킹 2위이자 스타선수인 장동훈 선수와 맞붙게 됐다. 

'노익장'이 필요한 순간이다. 투기 스포츠에서 나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임 선수 또한 이번 경기를 은퇴 경기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각오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링 위의 '하얀 늑대' 임철우 선수를 월요신문에서 만나봤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 이름은 임철우. 나이는 최근 만으로 개정됐으니 35살이며, 현재 머스트윈 복싱 병점점 관장으로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선수로서도 활동 중이다.

슈퍼밴텀급 2위 장동훈 선수가 직접 콜 아웃을 했는데, 경기가 성사된 배경은?

- 장동훈 선수는 슈퍼밴텀급 2위로, 현재 스타 선수다. 2위와 9위의 싸움이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누가 보더라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대진이다.

서로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조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첫 조율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경기가 잡히지 않았다. 이후 선수를 찾지 못한 장동훈 선수와 재차 조율해 슈퍼페더(59kg급)에서 경기를 하기로 했다.

장동훈 선수처럼 스타 선수가 지목해 줘서 감사했다. 장동훈 선수의 데뷔 경기를 보고 저렇게 잘하는 선수와 링에 서보고 싶다 생각했었다. 이왕이면 이기면 좋겠지만 결과와 별개로 장동훈 선수와 링에 서본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이번 경기는 총 6라운드로 진행된다. 체력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 확실히 나이가 많으니 젊은 선수들을 따라가기 힘들다. 늦게 시작한 만큼 실력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혼자 운동하면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번 경기를 타이틀 매치 또는 은퇴 경기로 여기며 준비하고 있다.

2021년 12월 데뷔다. 33세 늦깎이 데뷔 배경이 궁금하다.

- 성인이 되고 나서 특전사로 군 복무를 했다. 전역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중 복싱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고 결국 선수까지 하게 됐다.

학창 시절 영화 '로키', 만화 '더 파이팅' 등을 보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다만 부모님의 반대로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고, 전역 후 살이 찌면서 다이어트 목적으로 복싱을 시작했다.

당시 체육관 코치가 그만두게 되고, 가벼운 제의가 들어와 복싱에 조금 더 깊게 발을 들이게 됐다.

임철우 선수가 지난 2월 18일 편제훈 선수를 상대로 1회 TKO 승을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수원 태풍

별명이 하얀 늑대인데 그 이유는?

- 늑대를 좋아해 처음 선수를 시작할 때 닉네임을 울프라고 했다.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흰머리가 조금씩 나다 보니 주변에서 하얀 늑대가 아니냐고 했고, 하얀 늑대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부터 공군 복싱 지도 교수도 맡고 있다. 지도자를 생각 중인가? 미래 꿈은?

- 복싱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선수보다는 지도자가 되기를 바랐다. 다만 내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선수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어 선수를 한 뒤 지도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많다 보니 선수보다는 지도자가 맞는다고 생각했다.

선수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위해 먼저 데뷔하게 된 것. 멋지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어린 친구들의 꿈을 지원해 주고 싶다.

최근 꿈이 하나 더 생겼다. 경기를 위해 체중 감량을 하면서 내가 먹는 것에 진심이구나 느꼈다. 이에 요리를 배워 요식업을 해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 중이다. 우선은 음료나 빙수 등 디저트류 쪽이 괜찮을 것 같다. 다만 이것은 바람이고, 언젠가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경기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

- 데뷔 경기 이후 체육관 운영에만 매진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운동에 소홀했다. 데뷔 전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나갔고, 직전 경기는 혼자 준비하다 보니 감량에 애를 먹었다.

은퇴 전에 제대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수원 태풍에 입단했다. 누군가의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이가 많아 입단을 걱정하던 관장님께 챔피언 벨트는 어렵겠지만 좋은 제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동안의 경기와 달리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식전 3경기를 했는데, 승리·무승부·패배 다 겪어봤다. 복싱 토너먼트도 해봤다. 장동훈이라는 스타 선수와 하는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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