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KDB생명 재무건전성 개선이 먼저"란 시각도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KDB생명이 '새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KDB생명의 매각을 방해해온 재정건전성 문제가 이번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지난 13일 하나금융지주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KDB생명 지분 92.73%다. 향후 하나금융지주는 상세 실사 절차 후 최종 인수 여부를 확정하게 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KDB생명의 부채는 16조원대이며, 지급여력비율(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은 101.66%다. 이는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지급여력비율 150% 이상 유지에 미치지 못한다.

KDB생명은 앞서 지난 6월 회계상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무상감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자본금 규모가 기존 4743억원에서 118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몸 값'이 축소됐고 원매자 부담이 낮아지게 됐다.

하지만 인수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1조원대의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KDB생명 회사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분석이다.

또한 KDB생명이 자산 건전성을 위해 발행한 후순위사채와 신종자본증권이 향후 하나금융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별 만기가 올 때마다 자금조달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을 전액 인수한 점과 KDB생명의 실적 개선세는 호재로 꼽힌다. KDB생명은 ▲2020년 425억원 ▲2021년 232억원 ▲2022년 4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를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 시각도 있다"라며 "KDB생명의 체질 개선이 먼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제 매각까지는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인수 과정에서 가격 등 세부 내용에 합의가 돼야 하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하나금융지주는 KDB생명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LOI(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단독 인수의향서 제출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무난하게 이뤄지면서 13년간 다섯 번 시도된 KDB생명 매각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산 규모 6조원대의 하나생명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 22곳 중 17위 순위로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다. 때문에 하나금융지주는 보험업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KDB생명 매각을 통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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