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4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민정 기자]정부가 하반기 외국 출신 가사도우미 100여명을 시범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국내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문화적 차이 등을 이유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는 중이다.

31일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정부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입국해 6개월간 서울시 전체 자치구에서 시범 근무할 예정이다. 정부는 가사서비스 관련 자격증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를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다. 현재 필리핀이 직업훈련원에서 6개월 훈련 후 수료증을 발급하고 있어 송출국은 필리핀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형태는 파견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가사근로자법상 정부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직접 이들을 고용해 각 가정에 통근형으로 파견하는 방식이다. 노동조건 역시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될 예정이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만 휴게·휴일, 연차휴가 등 일부 규정은 제외된다. 이런 경우 숙소는 서비스 제공기관이 마련하게 되는데, 서울시가 1억5000여만원의 예산으로 숙소비와 교통비, 통역비 등 초기 정착 소요비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계획안은 내국인 가사·육아인력 종사자의 고령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가사도우미 종사자의 92.3%가 50대 이상이고 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도입에 대해 가사돌봄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등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최영비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이 정책의 목적이 저출산 해결인지 여성의 경력단절 해결인지가 모호하다"며 "가사육아인력 종사자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정책 도입을 논의하게 됐다고 했는데, 정부는 그동안 부족한 인력이 얼마나 되고 왜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지, 국내 중고령 정주 노동자들을 시장으로 견인하는 데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내 정책 멘토단인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은 공통적으로 '신뢰'를 제도 반대의 이유로 꼽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잠재적 수요자의 입장에서 "육아 경험이 있는 50~60대 육아도우미를 선호하는 것이고, 아이와 관련된 것은 비용의 문제가 아닌 '믿음'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내가 내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게 단축, 유연근무를 활성화시키는 게 훨씬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제도로 인해) 현재 중년여성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 만일 정부가 지원금을 투입한다고 하면 조부모나 친인척에게 지급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도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육아에 있어서 문화적인 차이 또한 우려되는 점으로 꼽혔다. 멘토단은 "믿음이 가장 중요한데, 문화라는 게 한두 번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걱정된다"며 "가정이기 때문에 일반 사업장에서 외국인을 채용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신원 증명할 수 있는지, 문화적인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지, 육아에 대한 가치관 교육을 이뤄낼 수 있는지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사돌봄인력 부족 등에 따른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 매칭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종사자도 줄고 평균 연령대도 올라가고 있다"며 "4주 전쯤 약 이틀 간 수요 조사를 해본 결과 150명 이상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도 "외국국적 동포가 80만 명 정도이고 이 중 절반인 여성 동포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내국인들과 경쟁해왔지만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인력이 더 도입이 안 된다고 하면 이 시장 서비스를 누가 어떻게 공급할까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며 "도입하자, 하지말자 하는 논의보다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이날 발표한 계획안은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정부가 그동안 검토해온 시범사업 계획안으로, 이해관계처와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보완을 거쳐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3분기 중 시범사업계획안을 확정해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연말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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