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야심작, 출범 후 5년 째 부진
인사·상품 개발 두고도 잡음 쏟아져

[월요신문=고서령 기자]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야심작이라 불리는 캐롯손해보험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동원 사장의 경영 심판대가 된 캐롯손보가 언제쯤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업계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가 올해 1분기 1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5월 출범 후 적자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회사의 정체성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누적 가입 건수가 올 초 100만건을 돌파하고 시장점유율 또한 1%대(2022년 기준)를 넘어서며 ▲롯데손해보험(0.7%) ▲MG손해보험(0.1%) ▲흥국화재(0.7%) 등을 제쳤음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한화, SK텔레콤,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대형 투자사가 합작해 설립한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손보시장 확대 및 금융업의 디지털 전환이란 시대적 분위기와 맞물리며 출범 초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이어진 실적 부진 속 IT에 강점이 있는 디지털 손보사 후발주자들까지 속속 등장하자, 신생 회사의 성장통이란 지적을 넘어 인사 및 상품 개발 등 근본적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인사와 관련 지난해 9월 캐롯손보는 한화그룹 내 전략투자 및 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문효일 대표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올 5월에는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한컴 등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던 배주영씨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지난 7일엔 애플에서 AI와 머신러닝 개발을 담당해 온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이진호 CTO 영입 및 배주영 CMO에 대해선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문 대표 선임 효과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게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상품 기획을 두고도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캐롯손보는 손보시장 내 틈새시장이라 할 수 있는 보험료 1만원 미만 '미니보험'에 공을 들려 왔다. 탄탄한 설계사 조직을 갖춘 기존 업체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전력적 선택이었고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장기인보험 상품 개발 및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란 디지털 손보사의 장점 대신 태생적 한계만 부각시키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말들이 나온다.

미니보험이 가진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자,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장기 상품 개발에 힘을 주는 모습인데 기존 업체들과 경쟁이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김동원 사장의 경영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밖에 없기에 그룹 입장에서도 캐롯손보의 조속한 실적 반등이 간절한 상황"이다라며 "일단은 주력인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시장 경쟁력 강화 및 이를 통한 경영 내실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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