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성규(오른쪽), 김영관 애국지사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오성규(오른쪽), 김영관 애국지사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제국은 1905년 을사조약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았으며, 1910년 8월 29일 조선을 일본에 강제로 병합하여 본격적인 식민통치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의 식민통치 아래 40년 동안 신음하게 되었다. 일본인 교사들은 제복을 입고 칼을 차고서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일본군 헌병이 경찰보다 많이 주둔하여 헌병 경찰 제도로 식민지 조선을 잔혹하게 다스렸다. 조선왕조가 완전히 무너지고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가장 어두운 암흑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민족은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하는 만세운동을 전개하였다. "우리는 조선이 독립 국가이며, 조선 사람이 자주 민족임을 선언한다."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주민임'을 밝힘으로써 우리 겨레의 강한 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리고, 이것이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연결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3.1 운동은 일본제국의 식민통치를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알리는 운동이었다. 3.1 운동은 3월 1일부터 수개월에 걸쳐 한반도 전역과 세계 각지의 한인 지역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제국의 한반도 강점에 대해 저항권을 행사한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이요, 우리 민족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이었다. 아울러 3.1 운동은 우리나라가 수천 년간 이어온 봉건 통치를 종식하고, 민주국가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출발점이 되었다. 

1919년 9월, 중국 상해에서 우리 민족 역사상 최초로 민주공화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임시정부는 3·1운동이 직접적으로 낳은 결실로서 이후 우리 민족의 대표 기구가 되었다. 국내외에서 분출된 한민족의 자주독립에 대한 의지를 한곳으로 모으고, 이를 조직적인 독립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이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3.1 운동으로 성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하여 독립 후 건설할 국가로 군주국가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을 천명하였고, 임시정부에서 제정된 건국강령, 임시헌법 등은 1948년 제헌 헌법의 초안에 반영됨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의 원형이 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시정부는 1940년 9월 중경으로 옮긴 후 광복군을 창설하였으며, 조국의 해방에 대비해, 1941년 11월에는 국토를 탈환하여 민주공화국을 수립하는 단계에서의 통치이념과 독립전쟁 준비 태세를 담은 〈대한민국 건국 강령〉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본제국은 1931년 만주사변,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 중국과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전체를 장악하는 위세를 떨친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독립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견지할 수 있겠는가? 일제강점기 말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하여 민족의 선각자로 존경받던 분들조차도 대부분 조국의 독립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일제에 협력하는 길을 택하였다.

심훈 선생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광복의 그날을 꿈꾸며 노래하였다. 안창호 선생은 법정에서도 "대한의 독립은 반드시 된다."고 당당하게 외쳤으며, 주기철 목사는 일사각오로 모진 고문을 견디며 신사참배를 거부하였다.

그런데 이런 애국지사들은 안타깝게도 조국의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1945년 8월 15일, 아아 광복의 그날, 독립의 그날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당시 아무도 미리 예상할 수 없었던 해방의 그날은 참으로 도둑같이 찾아왔다. 조국의 독립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여 친일 협력자가 된 지도자들에게 그날은 참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날이 되었다. 그 어두운 시절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의 광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분들의 믿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하게 빛나는가?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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