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학고 조기 진학 백강현, 최근 자퇴 논란…학교 부적응
최근 5년간 영재학교 이탈 학생 87명…대안 마련 목소리↑

사진=백강현 군 인스타그램
사진=백강현 군 인스타그램

[월요신문=김민정 기자]최근 5년간 영재학교 이탈 학생이 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0세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조기 진학한 뒤 자퇴 논란에 휩싸인 백강현 군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기 입학생, 영재학교 학생들의 학교 적응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4일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와 종로학원에 따르면 올해(공시 연도 기준) 7개 영재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가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중도 이탈한 학생은 18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 수는 지난해(15명)보다 3명 늘었고, 2021년(17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학생 대비 중도 이탈률은 0.9%로 전체 고등학교(3.3%)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5년 사이 영재학교 중도 이탈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은 2015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7명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으나, 2018년 11명으로 소폭 늘어나더니 2019년 19명, 2020년 18명 이후 15명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2019년∼2023년 사이 중도 이탈한 학생만 87명이다.

중도 이탈 학생의 상당수는 1학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재학교 중도 이탈 학생 가운데 1학년 학생은 절반인 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40%인 6명이었고, 2021년에는 52.9%인 9명이었다. 2019년에는 57.9%, 2020년에는 66.7%가 1학년이었다.

영재학교만큼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고도 2017년 이후 매년 40∼60명대가 중도 이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재학교 중도 이탈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최근 의대 쏠림으로 영재학교 출신이 의대로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된 여파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학교는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을 희망할 경우 교육비·장학금을 반납하고 교육·연구 활동을 기재하지 않은 학교생활기록부를 제공하는 등 불이익을 강화해왔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계는 조기 입학생의 경우 학교 부적응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영재학교는 입학 전형에서 연령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생 가운데 백 군과 같은 중학교 조기 졸업생은 7.3%로 집계됐다.

조기 입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절대적인 학습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또래 관계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른 학생들보다 많다는 것이 교육계 시각이다.

학교생활에서는 학업 능력뿐 아니라 또래 집단과 교류·소통하기 위한 정서적·신체적 성숙도 필요하나, 조기 입학생은 이를 갖추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팀별 과제가 많은 영재학교의 교육 과정 특성상 조기 입학생은 어려움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백 군은 팀 과제에서 어려움을 겪어 발표 방식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팀 과제 발표 방식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의 입장도 타당한 면이 있다. 특정 학생을 위해 팀 과제 방식을 바꾸는 것은 특혜를 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1∼2살 어린 학생이 아니라 6살 어린 학생을 학교가 선발한 만큼, 선발 이후 학교 적응 과정을 지원해 줘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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