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실사 끝났으나 인수 결정 아직 안 내려
ABL생명 및 동양생명 인수로 선회 가능성 제기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하나금융지주의 KDB생명 인수 최종 결정이 늦어지며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하나금융이 최근 매각 절차를 본격화 하고 있는 ALB생명과 동양생명 등 또 다른 생명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7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DB생명 관련 실사 작업을 마무리했으나, 인수 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 온 하나금융은 기존 하나생명에 더해 KDB생명을 인수, 생보 시장 내 입지 확대를 모색해 왔다. 

업계에선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 결정이 늦어도 이달 말에는 나올 것으로 보면서도 인수 결정이 늦어지자 매각 변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실사 결과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이 예상보다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올 1분기 기준 KDB생명의 신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47.7%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비율 150%에 한참 못 미친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보험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매각 후 추가 비용 부담 의견도 나온다. KDB생명 적정 매각가는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인수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하나금융이 1조원대 추가 지출을 할 수 있어 그에 따른 부담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ABL생명 및 동양생명 인수에 더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한 ABL생명은 최근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은 이달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으로 자체적으로 책정한 매각 예상가는 3000억원~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 예상가 2000억원 보다는 높은 수준이나 ABL생명이 지난해 기준 자산 17조원, 자기자본 9162억원에 킥스 비율도 163%를 기록 중이란 점에서 KDB생명 인수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 매각 역시 준비 중인데, ABL생명보다 매물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생보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 중인 하나금융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매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생명 자산 규모는 37조원, 자기자본은 2조9872억원이다. 생보업계 상위권에 속한다. 킥스 비율도 163%로 자본건전성 역시 우수한 편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순이익을 2002억원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7% 급증한 규모로 현재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대어'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동양생명은 실적이 개선되고, 점포 수 감축을 통해 매각 비용 부담은 줄어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업 경쟁력 강화을 위해 KDB생명 인수전에 뛰어든 하나금융 입장에서 볼 때 비슷한 가격대에 더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다 보니 인수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여타 금융지주 또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 목을 메고 있기에 ABL생명이나 동양생명 인수전의 경우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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