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환 기자 
전지환 기자 

[월요신문=전지환 기자]지난 5일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LX 등이 HMM 인수 적격 후보에 올랐다.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 회사 지분 40.65%(1억9879만 156주)에 더해 보유 중인 2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까지 주식으로 전환해 전량 매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HMM의 예상 매각가는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며, 인수 후보 3곳 모두 자체 감당이 어려운 금액 규모로 이에 인수 후보 기업들의 인수 자금 마련 방안에도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대건설과 시공능력평가 순위 선두권을 다투던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며, 10위권 중반에 머물던 재계 순위를 단숨에 7위로 끌어올렸다. 

기쁨도 잠시,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는 순식간에 악몽이 됐다. 당초 금호아시아나는 자사보다 덩치가 컸던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를 적극 모집했고 대우건설 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투자금을 지급할 예정이었으나, 인수와 동시에 글로벌 건설경기가 악화되며 이 계획은 어그러졌다.

오히려 금호아시아나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했던 풋옵션 조항으로 인해 그룹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FI에게 3조5000억원을 빌렸는데 풋옵션에 따라 4조2000억원을 갚아줘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호남을 대표하던 금호는 한 순간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는 우리 재계사에 남을 '승자의 저주'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HMM 매각전을 보고 있으면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전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된다.

피인수 기업인 HMM보다 인수기업들 규모가 작다 보니 필연적으로 외부 자금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과 주력 사업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게 닮아있다.

특히 HMM의 주력인 해운업의 경우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못하다. 해운업 실적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초 역대 최고점을 찍더니 이후 끝없이 내려오고 있다. 급락 속도도 너무 빠르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향후 선박 운행 시 들어가는 추가 비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HMM을 인수한 기업은 한국 대표 해운기업이란 타이틀 외 얻을 게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인수 이후 찾아올 재무 부담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HMM 인수전을 지금에 와서 다 뒤집자는 게 아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찾아올 가능성이 큰 승자의 저주는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산은 측이 인수자금을 대폭 낮춰주거나 일부 대여해 주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HMM 인수전이 인수기업의 미래까지 배려하는 선택으로 결론 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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