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성희 기자]부산 기장군 철마면에 위치한 아홉산숲은 2004년 산림청으로부터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었다. 아홉산숲은 개인 사유지로 영화 드라마에 촬영지로 유명해지게 되어 2018년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되었다. 

아홉산숲 입구
아홉산숲 입구

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마을을 따라 들어가면 아홉산숲 무료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 주차 후 아홉산숲으로 가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이정표와 마을 주민이 직접 키운 호박을 무인 판매하는 갑판대가 제일 먼저 보인다. 아홉산숲 입구로 들어가면 입장료 5000원이라 써있는 안내소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마실 것을 준비할 수 있고 더위를 식히고 햇빛을 가릴수 있는 부채도 대여해준다. 

주차장 가는길 이정표와 무인 갑판대
주차장 가는길 이정표와 무인 갑판대

숲 입구에 적혀져 있는 방문수칙에는 아홉산숲은 유원지나 놀이장소가 아님을 강조하며 한 집안에서 긴 세월동안 땀 흘려 가꾸어온 숲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모범적인 생태공간을 보존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꼭 지켜줘야 할 수칙들이 적혀 있었는데 숲을 지키는 이들의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홉산숲 방문수칙
아홉산숲 방문수칙

입구를 지나 걷다보면 빽빽한 대나무숲이 펼쳐진다. 산책로 양쪽으로 가득 채워진 대나무들은 하늘 높이 뻗어있었다. 곳곳에 꾸며진 작은 연못에는 개구리가 쉬어 가고 있었고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대나무를 타고 약간 울리는 듯 했다. 산책길을 지나다보면 이 산을 지켜온 산주 남평 문씨일가의 가족 묘원도 볼 수 있다. 

맹종죽
맹종죽
아홉산숲 산책로
아홉산숲 산책로

금강 소나무숲에 들어서면 키가 큰 쭉쭉 뻗어있는 우리나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금강소나무가 가득한 숲이 펼쳐지는데 이곳에는 무려 400살이 넘는 나이를 가진 116그루의 소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400년의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는 소나무들이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강소나무숲
금강소나무숲

그 옆에 위치한 맹종죽숲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더킹>, <군도>, <협녀>, <대호>, <옥중화>등의 촬영지였던 곳이다. 맹종죽숲의 맹종죽들은 약 100년전 중국에서 들여온 맹족죽을 처음 심은 곳이며 가운데 굿터는 동그랗게 대나무자 자라지 않는 부분으로 사람들은 그 부분에 아홉산 산신령의 영험이 있다고 믿어 궃은 일이 있을 때 치성을 드리거나 굿 또는 마을모임을 갖는 광장으로 삼았다고 한다. 지금은 숲을 찾은 사람들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곳이다. 

굿터
굿터

굿터를 지나 아홉산숲에서 가장 시원한 길로 알려진 바람의 숲길로 오르다 보면 서낭당이 보인다. 이 서낭당은 영화 대호 촬영을 위해 지어진 곳으로 서낭당 주변에는 방문객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쌓아 올린 작은 돌탑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바람의길과 서낭당
바람의길과 서낭당
돌탑
돌탑

편백숲으로 들어서니 소나무와 대나무와는 다른 느낌으로 걷게 되는데 나무의 표면의 느낌 때문인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나무 숲에서는 소나무의 꿋꿋한 정기를 받고 대나무 숲에서는 도전적인 힘을 느낄수 있었다면 1954년 조림된 편백나무숲의 편백나무들은 그들만의 고요함이 가득 머무르는 곳에서 치유되는 마음을 느낄수 있었다. 

편백나무숲
편백나무숲

오솔길을 걸으며 내려오다보니 나의 시선에는 그동안 눈이 가던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자극적인 도시의 조형물과는 전혀 다른 자연의 그대로를 간직한 아기자기한 들꽃들과 버섯들 이끼들 굴러다니는 솔방울들 나뭇잎들 작은 곤충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작은 것들을 느끼며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한시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오솔길위의 자연들
오솔길위의 자연들

문득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니 쭉쭉 뻗은 나무들을 가득 품은 하늘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아득한 옛날부터 긴 세월 땀 흘려 가꾸어 온 진짜 숲 아홉산숲에서 머물렀던 시간은 건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낄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꾸며진 자연미가 아닌 날것 그대로의 자연미만 가득한 숲이기에 시작은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동안 보고 느낀 것들은 이들이 숲을 지켜온 세월만큼 값지게 느껴졌다. 

하늘을 수놓은 소나무들
하늘을 수놓은 소나무들

진짜 숲을 만날 수 있는 아홉산 숲은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운영되며 숲의 훼손을 막기 위해 하루에 한정된 인원만 방문이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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