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손보, 매각 불발…사법리스크·매각 비용 부담된 듯
KDB생명, 유상증자 실시하고 매각가도 낮춰…가능성↑

[월요신문=고서령 기자]보험권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의 매각이 올해 초에 이어 두 번째에도 성사되지 못했다. MG손보의 사법리스크는 물론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돼 인수자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또 다른 매물인 KDB생명은 하나금융지주의 품에 안기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1조' MG손보는 너무 비싸…예상된 매각 불발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매각 예비입찰에 사모펀드 1개 회사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매각이 불발됐다. 국가계약법상 복수의 원매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입찰이 유찰되기 때문이다.

당초 우리금융지주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두 곳 모두 입찰에 불참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는 반응이다. MG손보의 사법리스크, 재무건전성 대비 높은 매각가격이 부담이 됐을 거라는 분석이다.

MG손보는 지난해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이에 MG손보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부실금융기관 지청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서울행정법원히 해당 청구를 기각하면서 1심에서 패소했고, JC파트너스는 이에 불복해 항소하는 등 사법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특히 MG손보 매각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한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올 2분기 기준 MG손보의 신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62.1%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비율 150%에 맞추기 위해서는 8000억원이 넘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2000억~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MG손보의 매각가격까지 합하면 인수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

이처럼 연내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면서 MG손보 매각 문제는 해를 넘기게 됐다. MG손보 매각은 JC파트너스가 자본을 확충해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혹은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의 매각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KDB생명, 매각 실패 경험만 4번…이번엔 분위기 다르다?

매각에 실패한 MG손보와 달리, 5번째 매각 시도 중인 KDB생명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상황이다.

KDB생명 매각 최대 걸림돌인 KDB생명 자본 확충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 것은 물론, 비은행 부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KDB생명 매각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67.5%로, MG손보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권고에 한참 못미친다.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 8월 1425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나아가 산은은 향후 3000억원의 추가 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2000억원대로 전망된 KDB생명 매각가를 1000억원 수준에서 하나금융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추가 증자 및 낮아진 매각가를 고려했을 때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가 무난히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함영주 회장이 오는 9일~15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만큼 빠르면 이달 중순, 늦으면 다음 달 중으로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KDB생명을 인수해 시장 내 존재감이 미미한 하나생명과 통합할 경우 업계 10위권 내에 안착할 수 있는 생보사를 소유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를 통해 KB국민·신한에 이어 3위 금융그룹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한다는 계획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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