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목사로 활동 중인 닉 부이치치
호주에서 목사로 활동 중인 닉 부이치치

닉 부이치치는 팔과 다리가 없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온 세계를 누비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고귀한 삶을 살고 있다. 닉을 이처럼 훌륭하게 키운 그의 아버지 보리스 부이치치가 「완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완벽한」(Raising the Perfectly Imperfect Child)이라는 책을 저술하였다. 닉을 키우면서 오히려 그와 함께 성장한 부모의 이야기이다. 이 귀한 저서에 아들인 닉 부이치치가 서문을 썼다. 닉은 팔다리가 없이 태어난 탓에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참으로 많다. 그런데 어린 그가 일어서려고 낑낑대는데도 어머니가 당장 달려와 도와주지 않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스스로 하게 놔두세요. 혼자 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래서 닉은 서운하고 힘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부모님이 자기에게 동생들처럼 방을 청소하고 이부자리를 정리해야 용돈을 주겠다고 하셨을 때,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닉의 부모는 자녀 삼남매에게 강한 근로 윤리와 책임감을 심어 주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그리고 닉에게 '한계란 없다'는 말을 거의 매일 해 주었다. "팔다리는 없어도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단다." 그런데 닉이 겨우 열아홉 살에 혼자서 멀리 외국에 다녀오겠다고 선언하여 부모를 놀라게 했다. 그는 그 동안 모은 2만 달러를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전부 나눠 줄 계획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여행을 준비했다. 그의 부모는 그 위험천만한 계획에 결사반대하였다. 안전도 안전이거니와 닉이 휠체어를 타고 험악한 지역을 돌아다닌다는 게 얼마나 걱정스러웠겠는가? 두 분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길을 막지는 않았다.

물론 부모 두 분이 모든 걸 다 갖춘 슈퍼맨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닉은 어릴 적에 그토록 귀찮고 싫었던 부모의 규칙이 그를 복된 삶으로 이끄는 사랑의 울타리였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다. 닉이 욕조에서 자살을 시도한 뒤 동생에게 스물한 살이 되기 전에 자살할 거라고 고백했었다. 동생은 아버지에게 달려가 그의 말을 전했다. 그때 아버지는 닉의 방으로 찾아가 조용히 말했다. "아빠와 엄마는 너를 사랑한다. 동생들도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너를 사랑하신다." 아버지는 침대 위에 앉아 닉이 잠들 때까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닉은 그 순간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한다고 말한다.

닉의 부모는 닉 안에 장차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큰 축복이 될 씨앗이 예비되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제 닉을 보면, 지금처럼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을 돕고 희망을 전해 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고생이 훤히 보인다. 그래서 닉이 입을 열어 믿음과 소망의 메시지를 전할 때,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더 깊은 감명을 받는다. 닉의 부모는 닉이 태어나는 순간 그야말로 앞이 캄캄했었다. 과연 이 아이가 언젠가 스스로 밥을 먹고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불완전한 동시에 완벽하게 태어난 존재들이다. 닉의 부모는 한때 팔다리 없는 아이를 주신 것이 하나님의 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 아이가 사실은 온 세상을 위한 고귀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모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자녀의 말과 행동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자녀가 부모에게 가장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세상에 나갈 준비를 시키는 동시에 부모 자신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녀가 열등감과 친구들의 괴롭힘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건강한 감정적 토대를 키워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과감히 실수도 하고, 실패도 경험하면서 자립적이고 생산적인 어른으로 자라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경험한 것만을 알 수 있지만, 모르는 것은 앞으로 경험하며 배워 나가면 되는 것이다.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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