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 사진=뉴시스
중앙노동위원회.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김민정 기자]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서 불이익을 준 사업주에 대해 '고용상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번째 시정명령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16일 육아휴직을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고용상 성차별이라고 보고, 지난달 4일 해당 사업주에게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조치 관련 시정명령은 있었지만,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나 임금, 교육, 배치, 승진 및 해고 등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는 고용상 성차별에 대해서는 최초의 시정명령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약 1,000명을 고용한 과학·기술서비스업체인 사업주가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한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동일한 직책과 업무로 복귀시키지 않았다. 또한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에는 임금과 승진에 있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의 근로자 중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높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여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측은 파트장이었던 근로자 A씨가 출산을 앞두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A씨가 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점과 해당 파트의 업무량 감소 및 적자 등을 이유로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고 A씨를 파트장 직책에서 해제했다.

특히 사측은 육아휴직 후 복직한 1년간 A씨를 일반 직원으로 강등시켜 타 부서로 배치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승진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했고, 이에 A씨는 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신청했다.

초심 지방노동위원회는 통계적 고려 없이 육아휴직이라는 요인을 성별 중립적인 기준으로 보고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녀'의 승진기간을 비교해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남·녀간 육아휴직자의 평균 승진소요기간(남성 6.3년, 여성 6.2년)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노위는 이를 취소하고 사업주에게 승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승진 기회를 주고 승진 대상으로 평가된다면 차별을 받은 기간 동안 임금 차액을 지급하고, 차별적 내용의 취업규칙과 승진규정을 개선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중노위는 "사업주가 육아휴직자에게 차별적 규정을 적용하거나,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의 배치나 승진에 있어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근로자가 차별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확인했다는 것이며,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적극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 판정을 종결하면 그 결과를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통보한다. 시정명령이 확정되는 경우, 사업장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의 이행상황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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