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7.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7.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가 6년 만에 현장 국감으로 열렸다. 최근 금융권에서 횡령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이날 국감에 집중됐다.

◆ 이복현 "금융권 내부통제 사고, CEO 등 최고위층이 책임져야"

이날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는 최근 금융권에서 불법 계좌 개설, 횡령 등의 사고가 연달아 벌어지며 금융권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시작됐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고경영자(CEO) 등 최고위층 판단의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반복적이고 중대하고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형태의 실패에 대해서는 CEO라든가 최고위층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발생하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관련 문제는 2010년 이전의 규모에 비해 금액이 커지고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뒤 "과유동성이 오랫동안 지속 된 상황에서 조금 더 흐트러진 윤리의식 및 이익 추구의 극대화 현상이 표출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작년 말에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고 2025~2027년까지 내부 인력 확충이나 전산시스템들이 도입되는 와중에 과도기적으로 금융사고들이 터지고 있다"면서 "최근에 지배구조법 개정안 등을 제출했다. 적발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보험금 미지급 사례↑…"필요시 보험금 우선 지급 가이드라인 마련할 것"

이어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미지급하는 사례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가 백내장으로 인해 의료 자문을 실시 한 건수가 전년 대비 무려 7배 증가했다"며 "물론 백내장이 보험사기에 악용된 사례도 있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것도 있어서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지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자문을 활용하는 보험사도 많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보험사기 등에 가담한 경우에 대해선 물론 엄정하게 대응하겠지만, 일반 소비자가 청구했을 때 지나치게 불편을 겪거나 위법자로 지목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저희도 공감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고령층 등 지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험금을 우선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만드는 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0년에 민원이 폭증하다가 여러 가지 기준을 만들어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민원 접수 추세라든가 처리 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부분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도 가능…열린 마음으로 개선책 마련"

이날 국감 최대 관심사인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불법 공매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분노가 상당히 높다.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하셨는데 국민들과 계속해서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이복현 원장은 "불법 공매도는 단순 개별 건으로 보기엔 시장을 교란시키는 형태가 너무 크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며 "불법 공매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어 다른 정책과 균형감 있게 제로베이스에서 볼 필요가 있다"라고 답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와 관련해 "형사처벌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와서라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수사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복현(오른쪽) 금융감독원 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순 수석부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10.17. 사진=뉴시스
이복현(오른쪽) 금융감독원 원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순 수석부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10.17. 사진=뉴시스

이어 이 원장은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시스템 전산화를 요구하고 있는 점에 대해 "개인적으로 거래소에 회원사로 가입된 증권사들이 해당 주문을 넣는 외국계나 고객들의 대차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뒤 주문하는 것이 적절치 않나 생각한다"라며 "그것이 전산화 형태로 구현될지 우리 내부에서 조금 더 필요하다"라고 했다.

윤 의원이 "기관과 외인이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는 것을 방지하도록 공매도 상환 기간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질의하자 이 원장은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외국인 투자자나 해외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제도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라고 공감했다.

이 원장은 "대형 증권사가 불법 공매도를 장기간 할 수 있다는 건 그쪽 업계에선 불법 공매도가 위법임에도 그냥 관행화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저희가 공매도를 덮을 수도 걷을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현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총선출마설에…"내년까지 진행되는 업무에 제가 필요"

이날 국감에서는 올해 들어 꾸준히 제기된 이복현 원장의 내년 총선출마설 관련 질의도 이뤄졌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원장을 향해 "내년 출마를 결정하셨나. 국감장이니 의견을 말해달라"고 묻자 이 원장은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하는 업무가 연말까지나 내년까지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 제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일축했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방안에 대해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을 지원하면서 리스크를 떠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원장은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만한 건설사는 지원에서 배제하겠다"며 "손실을 국민에게 책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용인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금융당국 차원에서 사업성 없는 PF 사업장에 대해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사업성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책임주의 원칙에 대해서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3월 이 원장이 시중은행을 방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문제를 거론한 뒤 금리가 낮아져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이 원장은 "취약층이나 소상공인 관련 과도한 금리인상 피해 부분을 배려해달라고 부탁을 드린 것이다.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금리가 내려가지는 않는다"면서 "주담대 금리는 정해진 메커니즘이 있어서 제가 뭐라고 하더라도 추세를 바꿀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이 늘지 않으면 좋지만 이미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난 상황으로, 연착륙시킬 수밖에 없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01% 이하로 내리려 노력하고 있고 내년과 후년 지나면 100% 이하로 내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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