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포기…1조원대 자금 부담된 듯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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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에서 다섯 번째 고배를 마시게 됐다. 하나금융이 이미 하나생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 및 경영 정상화에 1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KDB생명을 무리해서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산은의 KDB생명 재매각 추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19일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KDB칸서스밸류PEF가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아 하나금융과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를 계기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직접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의 다섯 번째 매각 시도 역시 실패로 돌아가면서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7월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뒤 실사 작업을 진행했으나 하나금융의 최종 인수 결정이 늦어지면서 매각 불발 가능성이 제기됐고, 나아가 하나금융이 ALB생명과 동양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네 번의 실패를 경험한 만큼 산은은 이번 KDB생명 매각에 공을 들였다. KDB생명 매각 최대 걸림돌인 자본확충 문제 해결하기 위해 산은은 지난 8월 1425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향후 3000억원의 추가 증자 계획도 세웠다. 또 산은은 2000억원대로 전망된 KDB생명 매각가를 1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하나금융과 협상을 시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KDB생명 인수, 경영 및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1조원대 추가 지출이 하나금융에 지나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또 하나금융이 이미 하나생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나친 투자 비용이 필요한 생보사 인수에 신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의 다섯 번째 매각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산은의 KDB생명 재매각 추진은 한동안 어려울 전망이다. 산은은 KDB생명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등 내실화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

한편 앞서 지난 10일 MG손해보험의 매각 역시 불발됐다. 우리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등이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사모펀드 1개 회사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MG손보 인수 및 경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1조원대로, 인수에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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