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의 막심 드 윈터 役 민영기
섬세한 감정 연기와 파워풀한 발성 '인기'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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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총 다섯 번의 시즌에 출연하며 파워풀한 발성으로 '막심 드 윈터' 역을 선보인 배우 민영기가 레베카 10주년 공연 무대에 다시 오른다.

뮤지컬 '레베카'는 '모차르트!', '엘리자벳'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와 극작가 미하엘쿤체(Michael Kunze)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으로, 아름답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맨덜리에서 막심 드 윈터의 전 부인 레베카의 실종을 둘러싼 이야기로 전개되는 뮤지컬이다.

민영기 배우가 맡은 '막심 드 윈터' 역은 영국의 최상류층 신사이자, 부인 레베카의 의문스러운 죽음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역할로 다정하면서도 예민한 이중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치밀한 서사와 휘몰아치는 연기, '극장 천장을 뚫는 발성'으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관객들을 사로잡는 그를 만나 10주년 '레베카'에 임하는 다짐을 들어봤다.

◆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이했다. 소감이 어떤가?

무대를 지킨 지 25주년이 됐다. 항상 나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소화 해내자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벌써 25년이 흘렀다. 현재는 뮤지컬이라는 분야에서 열심히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25주년을 새로운 발판으로 앞으로 25주년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 민영기 배우는 올해 레베카 다섯번째 출연으로 막심 중 최다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레베카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가 있는가?

거의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레베카라는 좋은 작품에서 막심 역할을 소화해왔는데 막심은 나를 성장시키는 기분이 들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이다. 10년 전 처음 막심을 할 땐 40대 초반이었다. 그 당시에는 젊어서인지 노래에 힘이 많이 들어갔으나 지금의 막심은 10년 전의 막심보다는 훨씬 여유롭고 감정선이 더욱 세심하면서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이게 바로 세월이 주는 힘이 아닐까?(웃음)

◆ 막심을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라고 밝혔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막심은 민영기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다정한 성격인 막심이 레베카로 인해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가 다시 극 중 나(I)를 만나면서 원래 자신의 성격으로 변해가는 과정들이 다채롭다고 느꼈다.

막심은 연기의 폭이 아주 넓은 캐릭터이다. 막심을 연기하면 무대에서 마음껏 화를 내고 슬퍼하고 기뻐할 수 있다. 간혹 일부 관객들은 막심을 '급발진 막심'이라고 부르더라. 그정도로 여러 감정을 표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까다로우면서도 굉장히 흥미롭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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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심의 넘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

칼날송이라고 불리는 '칼날 같은 그 미소'를 가장 좋아한다.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막심이 표현해야할 것들이 많다. 레베카로 빙의도 해야 하고 레베카가 실종되던 당시 상황도 설명해야 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곡 해석이 달라졌다. 처음 막심을 연기할 때에는 '내 얘기 좀 들어봐. 나 잘못이 없어'라는 느낌으로 막심이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사랑하는 애인 나(I)에게 의지하며 '나를 좀 구해줘. 그때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 제발 살려줘.'라는 애절함을 담았다. 개인적으로는 과거보다 지금의 해석이 이 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막심은 평소 나(I)에게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레베카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하고 욱하는 성격으로 돌변한다. 막심의 감정선을 관객들에게 공감 또는 이해시키기가 까다로웠을 텐데 막심을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있는가?

다정할 때와 화를 낼 때가 확 바뀌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 극단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감정 간의 차이가 클수록 절정에 치달았을 때 관객 입장에서 '얘가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하고 이해와 함께 반전이 와닿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초창기 뮤지컬 신드롬을 이끈 주역으로서 이번 레베카 10주년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더 나은 레베카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

작품에 들어갈 땐 항상 배역에 대해서 탐구를 한다. 이번 시즌에는 2020년 넷플릭스에서 개봉했던 영화 레베카를 보고 막심에 대해 연구했다. 영화 레베카를 보니 극에 등장하는 도시, 자동차, 바다 등의 분위기를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배우에게는 간접 경험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작품과 비슷한 매체를 보고 작품에 임하면 연기가 더욱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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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카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예전에는 마지막 공연 때 전 출연진이 나와 인사를 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신문을 들고 하얀 옷을 입은 채 나(I)를 만나는 장면에서 막심 배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이 다 똑같은 옷을 입고 같은 포즈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원래는 막심 한명만 출연하는 장면이지만 막심 3명이 다 등장을 하니 관객들은 평소 볼 수 없는 희귀한 장면에 박수를 치며 매우 좋아하셨다.

◆ 막심은 극 중에서 나(I)와 가장 많은 합을 맞춘다. 민영기 막심과 가장 합이 잘 맞는 배우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이지혜 배우랑 할 때 막심의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앞서 '칼날 같은 그 미소'를 부를 때 막심이 나(I)에게 의지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주려고 하는데 막심이 의지하는 나(I)는 이지혜 배우가 가장 잘 살린다. 또 이지혜 배우와 레베카를 가장 오래 합을 맞춰와서 그런지 이지혜 배우와 함께 할 때 감정이 더 깊어진다.

◆ 관객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민(영기) 막심이라고 불린다. 민막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성악을 전공하다 보니 나름대로 발성법과 파워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섯 번째 시즌이다보니 다른 막심보다는 연륜과 세심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레베카를 관람할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레베카는 첫 프롤로그부터 마지막 절정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이 작품의 매력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또, 무대에 설 수 있는 그 날까지 무대에 계속 서 있을 테니 민(영기) 막심을 보러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길 바란다.

민영기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11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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