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지난 2월부터 6연속 동결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 완만…긴축 기조 유지 적절"
"경기 반등 견인 위해 금리 동결 필수적이라고 판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시장의 예상대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쉽게 잡히지 않는 물가, 글로벌 시장금리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금리 인상이 한국 경기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한은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 운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올 2·4·5·7·8월에 이어 6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현재 경기 불확실성이 크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더 크고 목표치(2%)에 수렴하는 시기가 길어졌기에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며 "5명은 기준금리를 3.75%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머지 1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에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고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런 데 더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이번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예상보다 더딘 물가 하향 속도 및 물가상승 가능성을 들었다.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다만 "물가가 예상 경로보다 올라 국가 경제 전체를 위해 어떤 것을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 금리를 올릴 수 있다"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통위는 "물가 및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물가상승률의 둔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의 증가 흐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은이 이날 글로벌 시장금리 상승,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 지연 우려 등에도 금리 인상이 아닌 동결 결정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수출 및 소비가 줄며 위축되고 있는 한국 경기상황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은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발 수출 회복이 경기 반등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금리 동결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뉴시스

이어 "당초 예상한 바와 같이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한은 기준금리 동결은 불가피했다"며 "인플레이션, 경기, 금융안정 및 대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국면에서는 기준금리 조정보다는 동결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 2024년 상반기까지의 금리 동결은 필수 불가결한 상황으로 전개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망했다.

최근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될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부동산 PF 연체율 증가, 부실채권 문제도 금리 인상에 상당한 부담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뉴욕 이코노미 클럽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파월 의장은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고려할 때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매우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글로벌 경제활동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고, 매우 불확실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긴축할 경우의 위험과 너무 덜 긴축할 경우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등 복잡해졌다"며 "추가 긴축에 대해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최근 3~6개월 단기 근원 물가는 3%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단기 물가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 최근 몇 달간의 좋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향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위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까지 갈 길이 험난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2%대 물가로 떨어뜨리기 위해 동료들과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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