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부이치치 목사. 
닉 부이치치 목사. 

자녀에 대한 사랑은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도 끝내 길을 찾게 만든다. 팔다리가 없는 장애인 아들을 키우면서 보리스 부이치치 부부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 부부에게 도움을 준 가장 강력한 힘의 근원은 다름 아닌 아들인 닉 자신이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답은 항상 아이에게 있었다. 닉이 그의 부모에게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닉의 부모는 처음에 닉의 신체적 결함만을 보았다. 하지만 닉은 팔다리가 없다는 게 조금도 장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모에게 가르쳐 줬다. 물론 장애인이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장애는 그 사람의 아주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많은 부모가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자녀에게 필요한 모든 답과 모든 힘을 가진 슈퍼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어느 부모도 그렇게 될 수 없고,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단지 부모로서의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게 올바른 길이다. 보리스 부부는 닉을 키우면서 모든 인간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 의사들이 길이 없다고 말할 때마다 그의 아들은 매번 '닉의 길'을 찾아냈다. 닉이 누워만 있지 않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보고 보리스 부부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닉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이마를 카펫에 대고 몸 아래를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면서 등을 활 모양으로 구부려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를 절망에 빠뜨렸던 아이가 알고 보니 참으로 놀라운 복덩이였다.

사회복지사들이나 교육자들은 모두가 닉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지만, 보리스 부부는 닉을 특수학교에 보내는 것이 닉에게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이는 한계를 넘어 날아오르려고 애쓰는데 부모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닉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며 살아야 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적응력이 어른들보다 뛰어나다. 일반학교에 가면 다른 학생들의 편견이나 괴롭힘이 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어느 아이라도 이겨내야 할 과제이다. 누구나 때가 되면 둥지에서 나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닉의 부모는 닉을 일반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닉을 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할 때마다 아이의 신체적 장애를 이야기하는 순간 곧바로 거대한 벽에 부딪히곤 했다. "휠체어로 출입할 수 있는 교실이 없습니다. 보조교사를 채용할 예산이 없습니다. 글쓰기나 그림 그리기는 어떻게 하려고 합니까? 씻기나 용변 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휠체어로 출입할 수 있는 화장실도 없고, 도와줄 인력도 없습니다. 밥은 누가 먹여 줍니까? 운동장에서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불편해할까 걱정입니다."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의 연속이었지만, 닉은 결국 호주의 장애아들을 일반 교육 시스템으로 통합시키는 운동의 상징이 됐다. 장애아들을 일반학교에 보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다른 아이들이 장애아들을 자신과 똑같은 인격체로 보게 된다는 점이다.

닉은 스스로 자기 인생의 목적을 발견했다. 사람의 어떤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자신에게 특별한 몸을 주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닉의 밝은 미소를 보는 순간 그가 수많은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닉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에게 귀하고 소중한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부모는 아이가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독립적인 어른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지켜볼 줄 알아야 한다. 자녀의 날개가 잘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은 자녀가 언젠가 둥지를 떠나 자기 힘으로 하늘 높이 날아오를 것을 믿기 때문이 아닌가?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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