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그동안 투입 지연 이유는 '전술적·전략적 고려 때문'
美 지상전 연기 요청에도…가자지구 급습

2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피해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선 기자]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하라'며 대피령을 내렸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며칠 내에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 밝히며 지상군 투입이 머지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이 늦어지면서 이스라엘이 고민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26일, 지상군이 가자지구에 본격 투입되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 지구에 공습을 가하고 인근 지역에 대규모 지상군을 집결시켰다. 가자 시티 주민들을 향한 대피령 등 지상군 투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며 세계 여러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전쟁을 중동 전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미국 CBS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에 대해 "큰 실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 견해로는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를 다시 점령하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랍 연맹과 아프리카 연합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은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너무 늦기 전에 UN과 국제사회가 우리 앞에 펼처지는 재앙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지상군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지구에서의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지상군 투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이 지상전이 지연되는 이유라면서 출구전략 부재에 대해 미국이 우려를 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해당 출구전략의 요점은 하마스 축출 이후 가자 지구를 누가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이스라엘 내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부에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의 연결을 끊는 완전분리 계획을 내놓았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지상전 계획이 연기된 것은 '전술적, 전략적 고려' 때문이라며 이스라엘 군은 더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할레비 참모총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위한 대비를 마쳤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곧 공격 형식과 시간을 결정할 것"이라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날 이스라엘방위군(IDF) 특수부대인 야할롬 부대에 "우리는 다가오는 다음 단계 앞에 서 있다"며 지상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에게는 오직 하나만의 임무만이 있다. 하마스를 박살내는 것"이라며 "당신들의 도움으로 그 일을 끝낼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당신들을 믿는다. 이스라엘 국민들이 당신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사진=뉴시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 사진=뉴시스

이에 유럽연합(EU)과 국제연합(UN)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충돌에 대해 인도주의적 휴전을 권고했다.

UN 인권이사회는 "첫 단계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이라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인들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지금 당장 휴전이 이뤄질 것이라 믿지 않으며 휴전은 하마스에게만 이익"이라며 "휴전은 하마스에 휴식과 재정비,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계속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이스라엘방위군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탱크·보병 등 지상군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급습하며 지상전을 시작했다. 주요 외신은 26일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을 인용해 이스라엘 지상군이 밤새 비교적 대규모로 가자지역에 기습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은 이번 급습이 그동안의 전쟁 기간에 치러진 공격보다 규모가 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당초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연기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져 지상군 투입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과 함께 이스라엘방위군이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음 전투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힌 만큼 중동 지역에 전쟁 확산 위협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측 사망자는 1400명 이상, 팔레스타인측 사망자는 74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가자지구에서 5800여 명, 가자지구에 비해 공습이 뜸한 서안지구에서도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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