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선생
백범 김구 선생

백범 김구 선생은 자신의 정치 이념을 한마디로 '자유'라고 하였다. "우리가 세우는 나라는 자유의 나라여야 한다. 독재의 나라에서는 정권에 참여하는 자들 이외의 다른 국민은 노예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은 독재 중에서 가장 무서운 독재는 특정 철학을 기초로 한 독재라고 경고한다. 군주나 개인 독재자에 의한 독재는 그 개인만 제거되면 끝이 나지만,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독재의 주체일 때 그것을 제거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조선 시대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양반 정치도 특정 철학에 의한 독재라고 보았다. 조선의 독재는 유교 주자학파의 철학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정치뿐만 아니라 사상, 학문, 사회생활, 가정생활, 개인생활까지 규정하는 독재였다. 이런 독재 정치체제 밑에서 주자학 이외의 학문은 전혀 발달할 수 없었으니, 그 영향이 예술, 경제, 산업에까지 미쳤다.​ 김구 선생은 조선왕조가 망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여기 있었다고 말한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과 경륜을 가진 인물이 있더라도, 그가 집권 세력의 사람이 아니거나, 집권 세력이라 하더라도 사문난적이라는 이단의 범주에 들어가면, 그 사회에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싹이 트려다가 눌려 죽은 새로운 사상, 싹도 트지 못하고 밟혀 버린 경륜이 얼마나 많았을까 탄식하며,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만 진보와 발전이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에는 공산주의 독재가 독재정치의 모든 특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학설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고, 이를 비판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할 뿐만 아니라, 이와 다른 주장을 하는 자들은 피의 숙청으로 다스리고 있으니, 이것은 조선 시대에 주자학 이외의 모든 철학을 사문난적으로 다스리던 것을 능가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어느 한 학설이나 철학을 표준으로 삼아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산에는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백 가지 꽃이 피어서 화려하고 풍성한 경관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대한민국에는 인류의 위대한 사상이 모두 들어와서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전지전능할 수 없고, 어떤 철학도 완전무결할 수 없으므로, 한 사람의 사상이나 어느 한 철학의 원리로 국민을 통제하면, 결국 큰 병폐가 생겨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부르게 된다. 한 사람이나 몇 사람의 결정으로 사회를 이끌어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이를 가장 잘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김구 선생은 우리 동포를 향하여 어떠한 의미로든지 독재정치를 배격하자고 부르짖는다.

"결코 독재정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 동포 각 개인이 충분한 언론의 자유를 누려서 국민 전체의 의견을 따라 정치하는 나라를 건설하자. 일부 당파나 한 계층의 철학으로 다른 다수를 강제하지 않는 나라, 현재 우리의 이론으로 우리 자손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 나라, 국민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도 사랑의 덕과 법의 질서를 준수하는 나라를 건설하자."

김구 선생은 자유 민주주의 정치 제도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 형태에도 끊임없는 창조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와 우리나라의 좋은 것을 취하여 우리의 독특한 정치 제도를 만드는 것이 세계 문명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지구상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민족정신이 이 사명을 달성하기에 넉넉하고, 우리 국토의 지리적 조건이 그러하다. 우리 민족이 세계 무대에서 주연배우로서 당당하게 활약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가?" 김구 선생의 간절한 메시지가 오늘 우리의 가슴에 다시 생생하게 들려오지 않는가?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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