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인 상대를 만나도 자신감을 찾도록 도움"
"기대했던 선수의 활약에 큰 보람을 느끼기도"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월요신문=전지환 기자]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트윈스 우승의 원동력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 중 스탭의 역할이 컸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현대 스포츠에 있어 경기력 향상에 지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 분석 능력이 돋보였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선수 육성부터 상대팀 분석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 데이터 분석팀의 노력이 LG 트윈스 경기력 향상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박세훈 LG트윈스 데이터 분석관을 만나, LG 우승과 데이터 분석관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LG 트윈스가 29년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우선 그 소감을 듣고 싶다. 

너무 행복했죠. 항상 우승하는 팀을 쳐다보는 입장이었는데, 주인공이 되니까 믿기지가 않았어요. 정규시즌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부산가는 길에 상대팀이 지면서 우승이 확정 됐어요. 그래서 사실 실감이 안 났어요.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 경기가 끝나고 지정 식당에서 고기 파티를 했어요. 회식 끝나고 일어나서 사우나하고 잠실야구장에서 점심 먹는데 애들이 다 그러더라고 딱 기분 좋은 건 어저께 밤까지였네, 오늘 눈 뜨고 나니까 현실이라고 그럼에도 다들 좋아했어요.

데이터 분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요즘 분석팀이 세분화돼 있어요. 그 중에서도 저는 상대팀 타자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경기전에 브리핑 시간을 받으면 원정 분석원으로부터 받은 분석 보고서를 가지고 선수들한테 5분에서 10분간 우리팀 투수에게 브리핑 해요. 즉 상대팀 타자의 강점, 컨디션 등을 파악하는거죠.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데이터 분석이 팀 경기력에 영향을 준 구체적 사례가 있다면? 

올 시즌의 경우 저희가 승률은 kt한테 완전히 앞서 있었어요. 시즌 16차전 중에 10승 6패를 했으니까. 근데 상대 에이스인 벤자민 선수한테는 사실 한 번도 못 이겼었어요. 그런 열세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대팀 투수를 담당하는 친구가 조금 더 세밀한 분석 해 선수들한테 정보들을 많이 줘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게 됐죠. 

사실 데이터분석이 경기를 어떻게 이기게 했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LG 트윈스가 타 구단 대비 데이터 분석 체계가 잘 잡혀 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구단 차원에서 상대 전력 분석 및 선수 육성을 위한 인력 충원 등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고 그 같은 노력이 경기력 향상 및 우승에도 도움을 줬다고 봐요.  

개인적 질문이다. 데이터 분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생때 까지 야구를 했어요. 그러다가 야구부가 없는 체육 대학교를 들어갔고 이후 야구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 기록원에 도전했죠.

그렇게 기록원 시험을 봤는데 합격하지는 못했어요. 다만 기록원쪽에서 스포츠 데이터 업체에 저를 추천해 줬고, 그때 스포츠 데이터 관련일을 하며 운 좋게 KBO와도 일을 하게 됐죠. 

이후 2014년도 아시안게임하고 2016년도 WBC에도 파견을 갔고, KT가 창단됐을때 프로구단 일을 하게 됐어요.

KT에서 시작해 롯데에 가게 됐는데 몇년 전 롯데에서 대규모 선수단 및 스텝 교체가 있던 시기에, 과거 국가대표팀에서 인연이 있던 LG 데이터팀 팀장님에게서 연락이 와 LG트윈스로 이적하게 됐죠.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가? 

LG 트윈스에 4년째 재직 중인데 그 중 3년은 퓨처스리그 2군팀에 있었어요. 2군 시절 봤던 선수들이 1군에서 기회를 받고 활약하는 모습이 참 보람됐어요. 물론 올 시즌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그에 더해 저희 분석관들의 노고를 인정해주시는 말들에 보람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퓨처스 팀에서 1군에 올라온 선수 중 좀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문보경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2군에서도 특출난 실력을 갖고 있던 선수인데, 기회를 못 받다가 2~3년 차에 넘어가며 기회를 받고 경기에 나서고 있죠. 이 선수가 1군에 콜업 됐을 때 저희들이나 코칭 스태프들한테 한 말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제 절대 2군에는 안 내려갈 겁니다. 죽는 한이 있어서 1군에서 죽을 겁니다" 였는데 말처럼 이후 꾸준히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억에 많이 남는 거 같아요.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플랜이 꼬였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결과를 근거로 그날 경기에 나서는 투수들에게 "오늘은 변화구보다 빠른 공 위주의 볼배합을 하자' 조언했는데 그 결과 좋지 못하고 경기에서 투수들이 난타라도 당하면 어려움을 넘어 허무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사진 = 박세훈 데이터 분석관

데이터 분석관으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야구를 너무 좋아하고 분석이라는 일 자체가 큰 행복이라 여겨요. 무엇보다 이 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믿고 있죠.

다만, 분석 업무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는 걸 느껴요. 이전에는 접하지 못한 첨단 기법들이 많이 등장했고 새로운 기법을 익힌 어린 친구들도 많아지고 있죠.

그런 변화하는 업무 환경 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지금은 목표에요. 전지훈련이나 연수 때 일본을 가보면 돋보기 쓰신 나이 지긋한 분석관들을 만날 때도 있어요. 그런 분들이 되게 멋있게 보이더라구요. 

그분들이 얼마만큼의 노하우를 갖고 또 얼마나 구단에 도움이 되는 존재길래 저 많은 나이에도 저렇게 분석일을 하실까 하며 부러워했고 또 그러게 되고 싶다는 생각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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