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MS와 협력관계 구축 고대"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뉴시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종선 기자]대화형 인공지능 챗GPT의 개발업체인 미국 오픈AI의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이 해임되면서 소속 직원 대다수가 현 이사회 구성원이 사임하지 않으면 최고경영책임자(CEO)로부터 해임된 샘 올트먼이 자리를 옮긴 마이크로소프트로 이적하겠다고 밝혔다. 닷새동안의 기싸움 끝에 올트먼은 오픈AI 최고경영자직으로 복귀하게 됐다.

올트먼이 해임된 후 오픈AI 전체 직원 약 770명 중 약 700여명은 현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하며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공동창업자가 복귀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겠다는 서한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이번 조치로 당신들이 오픈AI를 감독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며 "우리는 경쟁력도 없고, 판단력도 없고, 임직원과 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또는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영업 공동 부문 CEO였던 브렛 테일러와 윌 허드 전 하원의원을 이사진 멤버로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해임 결정에 참여했던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도 서한 명부에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수츠케버는 자신의 SNS인 X(옛 트위터)에 "이사진의 행동에 참여했던 것을 깊이 후회한다"며 "오픈AI에 해를 끼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우리가 함께 이룬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회사가 다시 뭉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작성했다.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뉴시스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뉴시스

오픈AI는 지난 11월 17일 샘 올트먼의 CEO직을 갑작스럽게 해임했다. '소통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사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이 일관되게 솔직하게 소통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그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당초 해임 다음날 부터 복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산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올트먼과 브록먼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해 마이크로소프트 사내 신규 인공지능(AI) 팀을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오픈AI 직원들도 올트먼과 브록먼을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며 사태는 점차 확장됐다. 이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회사를 떠나 올트먼과 브록먼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우리 오픈AI 직원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할 경우 MS의 새로운 인공지능 팀에서 직원 전원에게 포지션이 준비되어 있음을 MS가 보증했다"고 주장했다.

캐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기술책임자도 자신의 X 계정에 "오픈AI의 내 파트너들에게"라는 글을 작성하며 "필요하다면 여러분의 현재 보수와 동일하고, 우리의 공동 사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며 오픈AI 직원들의 마이크로소프트로 합류를 환영했다.

일각에서는 비영리 법인인 오픈AI가 자회사 기업 지분을 매각하면서 빚어진 갈등이 올트먼 축출의 기본 배경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AXIOS)는 20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오픈AI의 새 CEO로 임명된 엠멧 시어는 "이사회가 우리 기업 모델을 수익화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면 (CEO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공동 창업자인 샘 올트먼을 해임하면서 오픈AI는 혼란에 빠졌다는 평가다. 오픈AI는 투자업계에서 860억달러(약 111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벤처캐피탈의 스라이브 캐피털 주도로 판매할 계획이 있었고, 이미 최종 단계에 이르러 다음 달 매각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해임 결정으로 오픈AI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각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는 보유한 오픈AI 주식 평가액을 0으로 낮추는 것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오픈AI 이사회의 사임을 촉구하고 올트먼의 복직에 대한 압력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평가액이 낮아지면 오픈AI는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당황스러워진 오픈AI측은 올트먼의 이사회 복귀를 추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오픈AI의 이사 중 하나인 애덤 드앤젤로와 올트먼, 새 CEO로 임명된 엠멧 시어가 올트먼의 이사회 복귀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고 전했다. 이어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오픈AI가 올트먼의 CEO복귀와 이사회 일부 재구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이사회에는 임직원이 서한에서 요구한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CEO와 래리 서머스 미국 전 재무부 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자신의 X에 나델라 MS CEO의 지원으로 오픈AI로 돌아오게 됐다며 "MS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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