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ELS, 중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상품…6000선으로 반 토막
내년 만기 앞둔 물량 8조4100억원 규모…금감원, 불완전판매 집중 조사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3.11.24. 사진=뉴시스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23.11.24.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조 단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과 증권사를 상대로 해당 상품 판매 과정 중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등의 불완전 판매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현황, 손실 가능성, 민원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시중은행 가운데 판매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연계해 수익 구조를 결정하는 파생상품이다. 주가나 지수가 미리 정해진 구간 안에서만 움직이면 약정한 수익률을 지급하기 때문에 시장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시장 환경이 좋은 경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

통상 출시 후 3년이 지나면 만기일이 도래하고 6개월마다 기초자산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회를 주지만, 손실 발생의 기준점이 되는 '원금손실발생구간(통상 최초기준가의 30%~55%)'보다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증권사가 판매하고 있는 ESL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기준가의 92%(4·8·12개월), 87%(16·20·24개월), 82%(28·32개월), 75%(만기) 이상일 경우 연 9%의 수익을 지급한 후 상환된다. 반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기준가의 52%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있으며, 만기 평가 가격이 최초기준가의 75% 미만일 시에는 원금의 100%까지 손실 가능하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홍콩H지수 ELS는 중국 우량기업으로 구성된 상품이다. 해당 ELS가 판매되기 시작한 2021년 초만 해도 지수가 1만2000선 수준이었지만,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서 현재 6000선까지 내려왔다.

국내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은 지난 8월말 기준 20조5000억원이다. 이 중 시중은행에서만 16조원 넘게 판매됐는데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순이다.

KB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SL 가운데 손실발생구간 잔액은 4조9288억원이며, 내년 상반기 만기 물량은 4조6434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지수 ELS 금액은 ▲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등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져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H지수가 7000선 이상으로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원금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1일까지 KB국민은행 현장조사를 한 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의 ELS 판매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특히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 고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단위 상품 판매가 이뤄진 만큼 불완전 판매가 없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라며 "조사 결과 불완전 판매 정황이 발견된다면 파장이 꽤 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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