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役 김준수, "뮤지컬은 내게 하나뿐인 동아줄"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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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에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피'를 부각하기 위해 '빨간 머리'를 고수하는 것도, 관객의 재미를 위해 넘버 'She'의 가사 수정 및 애드리브를 하는 것도, 실감 나는 드라큘라를 위해 몸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도, 모두 그가 드라큘라에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400년 넘게 한 여자를 사랑하는 드라큘라처럼 10년 넘게 뮤지컬 '드라큘라'를 사랑하는 그를 만나 10주년 소감과 뮤지컬을 향한 그의 애정을 들어봤다. 

◆ 드라큘라 10주년 소감은 어떠한가?

10주년이라는 것은 뮤지컬에 있어서 엄청 뜻깊은 것이다. 매번 사랑을 받아온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다는 것은 배우로서 영광이다.

처음 드라큘라 섭외가 왔을 때 굉장히 놀랐다. 외국에서 공연한 드라큘라들은 대체로 중년남성들이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섹시함이 가득 묻어나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10년 동안 이 역할을 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 초연 때 드라큘라와 10년이 지난 지금의 드라큘라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드라큘라를 연기하면서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또 가끔 관객분들 중에는 드라큘라의 갑작스러운 심경변화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셨다. 이에 조금씩 나만의 디테일함을 추가했다. 결국 드라큘라와 함께 보낸 10년의 시간들은 내 자신 또는 관객들을 이해시켜나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 나만의 디테일함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드라큘라 백작이 기차역에서 미나를 만나는 장면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또한 연기의 디테일을 위한 것인가?

어느정도 맞는 말이다. 그 부분은 드라큘라에서 관객을 웃길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다. 초연 때는 애드리브 대사를 한 달에 한 번 바꿨고 3연 때는 일주일에 한 번 바꿨고 4연 때부터는 매회 바꿨다. 드라큘라는 한 번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관람하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애드리브를 하게 됐다. 시나리오가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이번 공연에서도 애드리브를 할 생각이다.

해당 장면은 인간이었던 드라큘라의 과거를 노래로 풀어내는 장면이다. 따라서 드라큘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드라큘라가 인간이었다면 좋아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황당한 농담을 던졌을 것 같았다.

또 이 장면은 드라큘라가 남자로서 미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두드러져야 결말의 비극이 관객에게 더욱 잘 다가오리라 생각했다.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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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큘라를 연기할 때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

초연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드라큘라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캐릭터를 할 때 가장 부담되는 것은 걸음걸이, 목소리 등 어떻게 몸을 써야 하는지가 어려웠다. 인간이 아닌 것처럼 걸어야 했고 인간이 아닌 것처럼 서 있어야 했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 외의 원초적인 모든 걸 다 신경 쓰고 있다.

◆ 드라큘라 넘버 중에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무엇인가?

'She'라는 넘버를 가장 좋아한다. 앞서 말했던 드라큘라가 미나를 기차역에서 만날 때 부르는 노래가 'She'이다. 'She'는 한국에서 초연을 올릴 때 새롭게 쓰인 곡 중 하나다. 가사 수정에 나의 의견이 반영돼 더 애틋한 것도 있다. 원래 드라큘라의 대사였는데 내가 이를 노래 가사에 넣자고 제안했었다. 가끔 외국에서는 'She' 넘버 없이 어떻게 공연을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 'She'는 서사를 잇는 매우 중요한 넘버라고 생각한다.

'She' 넘버는 미나가 드라큘라에 대한 경계를 푸는 장면이자 관객들의 긴장감을 푸는 장면이다. 드라큘라는 사실 모든 장면이 긴장감이 넘치는데 바로 이 넘버에서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다. 사실 가장 행복할 때 오는 비극이 가장 처연하지 않는가. 미나와 드라큘라가 행복한 장면을 이 넘버에서 마음껏 보여줄수록 결말의 비극이 더욱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다.

◆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하면 빨간 머리가 떠오른다. 빨간 머리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빨간 머리는 초연 때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단순히 드라큘라는 '피'를 빨아먹는 괴물이니까 빨간 머리로서 드라큘라의 섬뜩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어 시작했다.

사실 4연 때부터 빨간 머리를 안 하려고 했었다. 빨간 머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염색해야 한다. 또 염색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베갯잇이 물들 뿐만 아니라 피부까지도 안 좋아지더라.

다음에 드라큘라 뮤지컬을 하게 된다면 빨간 머리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샤큘의 빨간 머리는 이번이 마지막이니 이번 시즌에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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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은 김준수 배우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뮤지컬은 내게 하나밖에 없는 동아줄이었다. 소속사와의 소송 등으로 힘든 시기를 거치며 기나긴 은둔 생활을 했을 때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으로 대중들을 만난 활동이 뮤지컬이었다. 내가 뮤지컬을 통해서 힘을 얻었듯이 뮤지컬도 나를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

정통 뮤지컬 배우들이 틀리는 것과 아이돌 출신인 내가 틀리는 것은 대중의 평가에 있어서 확연히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이럴 줄 알았어라고 대중들이 평가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를 더 채찍질하며 노력했다. 이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김준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방신기로 있었던 시간은 6년이고 뮤지컬 배우로서 있었던 시간은 12년이다. 젊은 친구들은 이젠 동방신기 시아준수보다는 뮤지컬 배우 김준수를 더 잘 알더라.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의 내가 익숙해진 것 같다.

◆ 올 한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김준수는 어땠나?

주어진 것에 몰두하는 편이다. 그렇게 매년 매 신마다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20년 동안 군대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공연을 쉰 적이 없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리를 꽉 채워준 관객들에게 매 순간 감사하다. 열심히 달려왔기에 올 한해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 뮤지컬 배우로서 나의 역할을 다하며 늙어가고 싶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샤롯데씨어터에서 오는 24년 3월 3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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