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은행권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 발표…30가지 핵심원칙 담겨
셀프연임 비판, 외부 후보에 공평 기회 보장…경영 자율 침해 가능성 제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2.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2.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금융지주사 CEO 선임 및 경영 승계절차는 늦어도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에 시작해야 한다. 특히 CEO 외부 후보군에도 상근직을 주는 등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에 경영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이 모범관행에는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및 독립성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와 관련한 30개의 핵심원칙을 담고 있다.

모범관행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선임할 때 현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제도에서는 금융지주사 승계절차 개시 시점 관련 규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은 1개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에는 2개월이 걸리는 등 금융지주사 별로 상황이 다르다. 때문에 CEO 선임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돼왔다.

이와 함께 CEO 적정 후보군 상시 관리, 연 1회 이상 관리 실태 점검 등의 내용이 함께 포함됐다. 또한 CEO 후보군에 외부 후보를 포함할 경우 자격요건, 추천 경로 및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도 담겼다.

금융권 최대 관심이었던 CEO의 3연임 등 장기집권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두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지는 셀프연임에 대해서는 지적이 이뤄졌다.

이복현 원장은 "은행 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CEO 선임 투명성, 공정성 관련해 이사회에서 CEO를 누구를 뽑느냐는 전적으로 이사회 권한"이라면서도 "과거 다소 좀 불투명하고 내지는 어떤 특정 인물이라든가 특정 흐름에 좌지우지되는 형태보다는 조금 더 공정하고 공개되고 내지는 기준이 사전 검증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들이 내부 후보를 육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부회장 제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부회장직 제도가 폐쇄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금융지주들도 있는데,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해 드렸다"고 말했다.

이날 모범관행에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할 외부 후보에게도 비상근 직위를 주고, 은행 역량 프로그램 참여 등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지나치게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밖에 모범관행에 따르면 경영진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CEO 관할이 아닌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해야 한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은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도 운영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이 적절한지 평가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때 활용해야 한다.

금융지주와 은행권은 이사회 논의를 거쳐 금감원의 이번 모범관행 적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할 여지가 있어 사실상 금융지주사들은 모범관행 적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에 이어 이번 모범관행까지 사실상 금융권 옥죄기 상황이다.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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