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김지원 기자]최근 정부는 지난 8월 도입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이웃 간 층간소음 분쟁이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등 층간소음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도는 30가구 이상 공급하는 신축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추출해 층간소음 수치를 검사하는 제도다. 49db이하 기준 미달 시 시공사에게 보완시공을 권고한다.

정부가 나름 층간소음을 줄이는데 앞장서겠다는 의도인데 일각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완조치가 의무가 아니라 '권고'일뿐이라서 이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보완조치를 강제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국토부는 지난 11일 '층간소음 패러다임 획기적 전환'이라는 거창한 문구 아래 '기준 미달 시 준공승인 불허'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 같은 강력 규제는 건설사들에게 경기침체에 이은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혹여나 기준이 미달돼 준공승인이 허가가 나지 않으면 입주 지연에 대한 보상은 오로지 건설사의 몫이다. 시공을 제대로 안했으니 건설사가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비단 건설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공과정에서 추가된 원자재값에 고금리 속 공사지연에 따른 공사비 상승 등 입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도 만만찮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건설업계에선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제 강화는 분쟁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정부가 밝힌 층간소음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전환이 실상 업황 부진 심화 및 논란 증폭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수도 있다고 본다.

이쯤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정부 대책 이전부터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오래전부터 연구소 설립 및 기술 개발을 통해 해당 문제 해결에 노력 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0년 층간소음연구소를 개설했고 지난해 5월에는 연구소를 확대한 '래미안 고요안랩'을 세웠다. 현대건설 또한 올해 3월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 'H 사일런트 랩'을 가동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5중 바닥 구조' 개발, 건축주택연구소인 용인기술연구소 내 친환경건축연구팀을 꾸렸고, 대우건설은 2021년 초 개발한 '스마트 3중 바닥 구조'를 아파트에 적용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2021년 '디사일런트 바닥구조'를 선보였다.

그들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수요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아파트 브랜드명, 조경, 내부구조 등을 신경 쓰듯이 서비스 차원에서 층간소음 감축에도 몰두하며 더 나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시행착오 단계일 뿐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옛말이 있다. 성급하게 진행할수록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정부의 채찍질로 급히 달려가다가 탈이라도 날까 심히 걱정이 된다. 

시민들과 분쟁이 있다고 해서 악당은 아니다. 정의의 사도인 척 건설사 옭아매기에만 몰두하는 정부는 대한민국의 건설경기를 책임지는 건설사들의 아우성에도 한번쯤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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