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6조 4200억원…초대형 국적선사 탄생 '목전'

사진=하림그룹
사진=하림그룹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에 올랐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해운업체와 경쟁할 만한 초대형 국적선사 탄생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HMM 주식 약 3억9879만주(57.9%)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인수가는 6조420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하림은 지난달 본입찰에서 동원그룹과 함께 참전했으나, 동원 측의 인수 희망가(6조2000억 원)보다 약 2000억 원 이상 더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정성평가에서도 하림은 2015년 팬오션(옛STX팬오션) 지분 58%를 1조80억 원에 인수해 해운업 등을 경영하고 있는 부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해진공과 하림은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추가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HMM은 현재 컨테이너선 105척을 운항하고 있다. 총 79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8위(시장점유율 2.9%) 선사다. 선복량(적재능력) 기준으로는 세계 8위 선사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도 컨테이너선 9척을 갖고 있지만, 한중일이나 동남아시아를 오가는 소형 선박들이어서 모두 합쳐도 1만 TEU가 안 된다. 따라서 하림그룹이 HMM을 최종 인수해 팬오션과 합병하더라도 세계 순위가 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벌크선의 경우 팬오션(199척)이 HMM(34척)보다 훨씬 많아 해운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림이 HMM 인수를 성공하게 되면 재계 순위 13위까지 오르게 된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하림그룹의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27위에 있지만, HMM은 하림보다 8조8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 19위다. 둘의 자산을 합치면 42조8000억원 수준으로, 40조7000억원 규모인 CJ그룹 보다 위인 13위에 들어설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하림이 덩치가 더 큰 HMM의 주인이 되려면 향후 금융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림 측이 일으킬 인수금융은 2조~3조원대로 추정된다. 하림은 HMM 인수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올 3분기 HMM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최종 매각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경쟁사인 동원그룹이 산은 채권단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데다 산은과 하림 간의 협상과정에서 영구채 전환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앞으로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갖고 매각측과의 성실한 협상을 통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본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안정감있고 신뢰받는 국적선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MM과 팬오션은 컨테이너-벌크-특수선으로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양사가 쌓아온 시장수급 및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이라면 어떠한 글로벌 해운시장의 불황도 충분히 타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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