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반등 전망 지배적…SK하이닉스 HBM 독주
시총 150억 전망도…마이크론 넘고 삼성전자 추격할지 주목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곽민구 기자]HBM에서 독주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약 2년 8개월여 만에 시총 100조를 회복했다. 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 및 내년 메모리 반도체 V자 반등 전망 등으로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코스피 시가 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년 9개월 만에 시총 2위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 시가 총액이 100조 원을 넘은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AI 시장 수요로 인해 실적 개선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올 3분기에도 영업 손실 1조7920억 원을 기록했으나, 상반기 대비 크게 개선됐다. D램 사업 호조로 전 분기 대비 영업 손실이 37.8% 줄었다. 1분기 적자로 돌아섰던 D램은 2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가장 최신 제품인 HBM3(4세대)를 지난해 6월부터 독점 공급하면서 HBM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내년 전망 또한 밝은 상황이다.

국제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4일(한국 시각) SK하이닉스의 기업 신용 등급을 'BBB-'로 유지했고, 전망(Outook)을 종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한 단계 상향했다.

S&P는 빠르게 성장하는 AI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SK하이닉스의 시장 가치에 대해 주목하며,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 전망을 근거로 전망치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AI 구현을 위해서는 D램의 성능이 높아져야 하는데 HBM이 적합한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요가 느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고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혁신을 거쳤다. 5세대 제품(HBM3E)도 내년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0%로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 HBM3E.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시장 조사 기관들의 내년 메모리 시장 장밋빛 전망도 SK하이닉스의 호실적 기대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조사 기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올해보다 13.1% 증가한 5884억 달러(759조원)로 예측했다.

WSTS는 지난 5월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5760억 달러(11.8%↑)로 전망했으나,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개선이 반도체 전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WSTS는 내년 메모리 산업 매출이 44.8% 증가한 1298억 달러(168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도 최근 내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규모를 올해 대비 16.8% 성장한 6240억 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메모리 시장에 대해서는 AI 수요가 급증하며 66.3%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올 상반기 양사가 내년에도 적자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올 연말이나 내년 1분기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 이익 컨센서스는 8조3671억원이다. 아직 경기 불확실성이 크지만 2021년(12조4103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대만 시장 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SK하이닉스의 시장 점유율은 34.3%로, 1위 삼성전자(38.9%)와의 격차를 4.6%p까지 좁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제품 가격을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어 4분기(10~12월)에 점유율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선점 효과가 지속될 경우 내년에는 미국 마이크론의 시총(118조 원)을 앞지를 수 있다고 본다. 향후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이 최대 15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2분기 HBM 첫 생산을 준비 중인 마이크론은 HBM 경쟁력과 D램 점유율, 수익성 등이 SK하이닉스 대비 좋지 않다"라며 "SK하이닉스 시총이 마이크론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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