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전지환 기자] 지난 21일 인천 유나이티드 이사회가 진행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선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시즌이 끝났음에도 인천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가를 부르며 전달수 인천유나이티드 대표이사와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의 이름을 외친 것이다.

이날 인천 팬들은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진 전 대표와 임 실장의 이름을 외치며 이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구단 측에 전달했다.  

올 시즌 인천은 리그 5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으며 FA컵 4강에도 올랐다. 전 시즌 4위보다 순위는 한 단계 내려갔으나, 2004년 리그 참가 후부터 따져보면 2005년 2위 2022년 4위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순위다.  

전 대표와 임 실장이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도 성적 때문은 아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고문 변호사인 손수호 변호사에 따르면 전 대표와 임 실장에 대한 고소 고발이 지속돼 왔으며, 이에 지친 전 대표와 임 실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당선된 유정복 인천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선임된 전달수 대표를 유임했다. 전달수 대표 체제 아래 구단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지자체장이 인사권을 쥔 시민구단에선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실제 강원 FC와 수원 FC의 경우 지자체장이 교체되며 구단 운영진도 일제히 물갈이 됐다. 강원에선 이광재 전 지사를 누르고 당선된 김진태 현 지사가 이영표 대표와 재계약 대신 김병지 대표를 새로 선임했다. 수원FC 역시 이재준 시장이 부임하며 김호곤 단장과 헤어지고 최순호 단장을 새로 발탁했다. 그리고 전 시즌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한 강원과 수원은 운영진이 교체된 올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힘겨운 한해를 보내야 했다. 

인천 팬들이 뿔이 난 이유 역시 정치적 이유로 운영진이 교체된 타 구단과 다른 행보를 보였던 인천이 한 시즌 만에 성적과 무관한 구단 내부 이권 싸움에 함몰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민구단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 재정도 시민이 부담한다. 그렇기에 다른 어떤 구단들 보다 시민들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시민들이 원하는 건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올바른 구단 운영과 더불어 이를 통한 성적 향상이다.  

이날 이사회 회의 당시 임중용 실장은 "지금 체제로 딱 1년만 더 할 수 있다면 우리 인천 구단 탄탄한 기반에 올라설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 실장의 발언이 허언으로 보이진 않는다. 분명 인천은 기업 소속 구단 대비 재정 측면에서 열악한 상황일수밖에 없음에도 매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부디 인천 유나이티드 사태가 시민들을 고려한 최선의 방책을 찾아 잘 마무리 되길 바라본다. 또한 이를 시작으로 여타 시민구단들 역시 특정 정치인들의 꽃놀이패가 아닌 진정 시민들을 위한 구단으로 성장해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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