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가운데 제일 먼저 부회장직 폐지…차기 CEO 승계 변하나
'상생금융지원 전담팀' 신설…2024년에도 상생금융은 계속 된다
'70년생이 온다'…하나은행, 현장·전문성·성과 중심 인사로 세대교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하나금융그룹이 부회장직 폐지 등 인사 혁신에 나서고 있다. 올 한 해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그룹과 업계 3위 싸움을 넘어 신한금융을 턱 밑까지 추격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내년 역시 발 빠른 인사 및 조직 혁신을 통해 선진 금융지주로서 위상을 공고히 다져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26일 하나금융그룹은 2024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하나금융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금융 전문성을 기반으로 신속한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3년 만에 부회장직 폐지…차기 CEO 승계에도 변화 생기나

하나금융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승계를 위해 도입했던 부회장 직제를 3년 만에 폐지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부회장직을 폐지했다.

하나금융은 박성호·이은형·강성묵 3인의 부회장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금융지주의 부회장직이 특정 후보에게만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부회장직 폐지 가능성이 점쳐진 바 있다.

하나금융은 부회장직 대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한다. 부문 임원 제도로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들을 통해 그룹의 실질적인 성과와 함께 조직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부회장직 폐지로 차기 CEO 승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강성묵 부회장과 달리 박성호 부회장만 부문 임원 자리를 맡지 않기 때문이다.

◆ 금융당국 압박에 '상생금융' 강조한 조직개편…'IR팀'은 'IR본부'로 격상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생금융' 실천을 위한 '상생금융지원 전담팀' 신설도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금융의 사회적 버팀목 역할을 확대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그룹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금융지주들이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하나금융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관계사 간에 범 그룹 차원의 협력을 추진하고자 '그룹손님가치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기존 사업부문(개인금융·자산관리·CIB)을 본부로 편입했다.

AI시대를 맞아 관련 혁신 기술을 내재화하고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기존 '그룹디지털부문' 산하에 있는 '데이터본부'의 조직을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이와 함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한 정보제공으로 그룹의 대내외 인지도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기존 'IR팀'을 'IR본부'로 격상했다.

◆ 하나은행, 현장·전문성·성과 중심 인사…'70년생이 온다' 세대교체로 조직에 활력

하나금융의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 역시 상생금융 지원 강화 및 진정성 있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 추진과 현장·손님 중심의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2024년도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은행은 상생금융 통합 전략 마련 및 신속한 실행을 위해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신설했으며, 내실 있고 밀도 있는 손님관리를 위한 영업활동 지원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또한 기업 및 자금시장 등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코자 본점 부서의 전문성을 강화했으며 ▲현장 ▲전문성 ▲성과 중심의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 및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계획이다.

총 26명의 은행 승진자 중 영업 현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이동열 대전세종영업본부 지역대표(본부장)가 충청영업그룹 대표(부행장)로, 이은배 중앙영업본부 지역대표가 본부장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전병권 여의도금융센터 지점장이 경인영업본부 지역대표로, 조상래 성서지점장이 대구경북영업본부 지역대표로, 함종덕 대전금융센터지점장이 대전세종영업본부 지역대표로 각각 신규 위촉됐다.

하나은행은 전문성 중심의 인사의 일환으로 해당 부서의 부서장을 임원으로 각각 발탁했다. 김영호 리테일사업부장이 리테일사업본부장으로, 배창욱 신용리스크관리부장이 리스크관리그룹장으로, 유경철 기관사업부장이 기관영업그룹장으로, 이병식 부동산개발금융부장이 부동산금융본부장으로, 한상헌 기업사업지원부장이 기업사업본부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나이, 직위와 관계없이 우수한 성과를 보인 70년대 생 팀장급 직원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능력 있는 젊은 리더를 전진 배치했다.

1972년생인 정은혜 디지털채널부 디지털채널운영팀장은 디지털채널본부장으로, 1975년생인 조범준 증권운용부 채권운용팀장은 자금시장그룹장 겸 자금시장본부장으로 각각 신규 위촉됐다.

하나은행은 이번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통해 현장과 전문성, 손님 중심의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직위 및 나이와 상관없이 성과 중심의 공정한 인사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은행의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국내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을 살펴보면 ▲KB금융 4조3704억원 ▲신한금융 3조8183억원 ▲하나금융 2조9779억원 ▲우리금융 2조4383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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