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 AI 기술 개발 등 디지털 금융 전환 위해 전력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금리 경쟁 가속화…인뱅, 금리 경쟁력 우위"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의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IT 기술 개발 및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 전환을 미래 생존 전략으로 삼은 모습이다. 이에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도해 왔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사 수장들이 잇따라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기간으로 9일에서 12일까지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AI 기술 발전을 직접 확인하고, 디지털기술을 체험해보는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ES를 찾았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 중 2년 연속 CES 참석은 함 회장이 유일하다. 함 회장은 인공지능(AI) 업무 담당 실무 직원들과 AI 및 디지털기술을 체험해 보고,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를 방문해 AI 기술의 실제 활용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신한금융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직원 12명과 함께 CES에 참가한다. 신한은행은 현지에 부스도 개설 AI은행원, 스마트키오스크, 신한 홈뱅크 등 미래형 체험형 공간을 선보였다. 국내 은행 가운데 부스를 차리는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KB금융은 KB경영연구소와 디지털 부서 실무자들이, KB국민은행에서는 데이터 지원부 실무자들이 CES에 참여한다.

신년사에 담긴 디지털 전환 의지 

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AI 및 디지털기술은 금융권에서도 최대 관심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 또한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친 바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금융의 2024년 비전을 소개하며 디지털·IT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면서 "STO, CBDC, 생성형AI 등 디지털 신기술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장의 파괴적 변화가 지속 되고 빅테크의 도전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래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다"라면서 "미래 준비를 위해 AI 도입과 ESG 경영을 구체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입지 위태로워 진 인터넷은행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기술 개발 및 도입 의지를 드러내며 이를 미래 생존 전략으로 강조하고 나서자, 해당 시장을 선도해 온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입지 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 인터넷은행들은 디지털·IT 부문에 특화된 업종 특성상 디지털기술을 통한 차별성, 접근성, 편리성 등을 바탕으로 고객들을 확보, 지난 몇년간 사실상 국내 디지털 금융 시장을 선도해왔다.

그럼에도 인터넷은행 대비 체급이 큰 대형 금융지주들이 기보유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니즈에 부합하는 디지털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향후로는 인터넷은행들의 위상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은행업권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금리 비교를 통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운영비 절감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금융취약계층 대상 특화 서비스, 금융범죄 탐지기술 등 혁신적인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두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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