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의 매력은 언제나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한다는 것 "
"막심의 복잡한 감정선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파"

제공=FUN한 엔터테인먼트
제공=FUN한 엔터테인먼트

레베카의 출연 전부터 '막심 드 윈터' 역할을 위해 8번이나 관람한 그는 동선, 대사, 톤 등을 스스로 구상해볼 정도로 꿋꿋하게 자신만의 '막심'을 만들어 왔다.

관객들이 '막심'의 감정선을 잘 따라올 수 있게, 레베카를 보며 돈 아깝다 생각이 들지 않게 항상 기대 이상을 뛰어넘는 '막심'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온 그를 지난 9일 EMK뮤지컬 컴퍼니에서 만났다. 

◆ 레베카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작년 8월에 '레베카'에 처음 출연하게 됐는데 사실 이전부터 관객으로서 '레베카'를 여러 번 봐왔었다. '레베카'에 푹 빠져서 거의 8번 정도를 관람했던 것 같다. 레베카는 여러번 봐도 재밌더라. 옥주현 배우와 인연이 닿아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모두가 레베카의 주인공은 '댄버스 부인'이라고 하더라. 근데 나는 이상하게 공연을 보면 볼수록 '막심'이 더 주인공 같았다. '막심'은 레베카의 스릴러 분위기와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핵심 캐릭터이다. 레베카 10주년 공연에 '막심'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어 정말 기쁘다.

◆ 공연을 8번이나 관람했으면 저절로 작품에 대한 연구가 됐을 것 같다.

배우와 관객은 작품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그래서 8번의 관람이 관객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사실 공연을 관람하면서 나름대로 동선이나 대사, 행동 등을 구성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레베카'는 정해진 규칙, 배우들 간의 합 등이 있어 배우의 자유도가 높지 않은 작품이다. 그래서 내가 구성한 것들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특히 연습 때는 뮤지컬 배우로서는 잘 알려지지 않아 걱정돼서 그런지 연출에서 엄격하게 디렉팅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레베카 원작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10주년 공연을 기념해 한국에 방문했는데 그때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모든 스태프들이 로버트 요한슨이 왜 원작과 다르냐고 호통칠까봐 긴장감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런데 로버트 요한슨이 칭찬을 딱 한마디하는 순간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편해졌다. 내가 구성한 것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해 아쉽지만 원작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의 칭찬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뮤지컬의 매력은 새로운 에너지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연습할 때의 느낌과 무대에 올라갔을 때의 느낌이 다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그렇고 공연장이라는 장소가 주는 희열 같은 것들도 연습할 때와는 매우 다르다. 늘 공연할 때마다 신선하고 설렌다. 마지막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면 기분이 정말 좋다.

◆ 가수 테이와 뮤지컬 배우 테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가수 테이의 장점은 캐스팅할 때 이점이 있다.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으니까 인지도 측면에서는 신인 뮤지컬 배우보단 눈에 띌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무대에 올라가서는 사실 단점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요즘 뮤지컬 트렌드는 내추럴한 보이스이다. 성악 발성처럼 공명을 이용해서 소리를 크게 내는 발성이 어울리는 극들도 아직 존재하지만 자기만의 발성으로 연기인지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극 중에 녹아드는 작품들이 사랑받는다.

그래서 뮤지컬에서 원래 발성으로 노래를 불렀더니 이번엔 가수 테이가 떠오른다며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고 하더라. 심지어 가요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전과 달리 소리 내는 것이 아주 편해졌다. 가수 테이와 뮤지컬 배우 테이의 중간 점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 전 시즌 배우가 '막심'을 연기하는 것을 봤을 텐데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

너무 뻔한 얘기지만 모든 막심이 다 다르고 장단점이 분명하다. 그 중 류정한 배우와 오만석 배우께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두 분 모두 초연 멤버라서 그런지 확실히 고민의 깊이가 다르다. 두 분은 극 안에서의 여유, 분위기, 상대 배우와의 합 등이 다르다. 짧은 대사 하나를 뱉더라도 주변 분위기를 압도하는 느낌이 들어서 볼 때마다 경이롭고 내공이 느껴져서 존경스럽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 '막심'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막심'은 신사적인 부드러운 느낌이 있으면서도 소리치고 화내는 강인한 모습이 있다. 이전에 맡았던 작품들은 강인한 캐릭터들이 많았고 또 그런 성격의 역할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부드러운 성격의 캐릭터, 특히 '로맨스' 작품을 한 번도 안 해봐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강인한 톤이랑 부드러운 톤을 섞어보자라는 생각을 해 최대한 장면마다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막심'은 '레베카'를 죽였기 때문에 냉철하게 보면 범죄자이고 위선자이다. 자기의 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레베카'를 헐뜯고 비난한다. '막심'은 분노를 터트리다가도 '이히'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봐야 하기 때문에 '막심'의 감정선을 관객들이 잘 따라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관객분들이 '레베카'를 보고 난 후 정말 재밌다. 돈 안 아깝다 이런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 '막심' 넘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넘버는?

당연히 '칼날 같은 그 미소(칼날송)'이다. 초반에는 가장 어려웠던 곡이다. 극 중에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라는 인물의 추악함을 이 곡 하나로 설명을 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레베카'는 배우들이 정해진 대로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막심' 역할을 맡은 배우가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이 곡은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넘버이면서도 부를 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넘버이다. 지금은 가장 나를 설레게 하는 곡이다.

◆ 어떤 '막심'이 되고 싶은가?

기대 이상의 막심이 되고 싶다. 뮤지컬 배우로서 데뷔 한지 꽤 됐고 많은 작품을 했음에도 잘 알려지지가 않았다. '레베카' 오디션 장에서도 별 기대 안 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가 내가 노래를 마치고 난 뒤에는 깜짝 놀라하며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데 왜 뮤지컬을 그동안 안 했냐고 물어보더라. 이후 '레베카' 연습하러 갔더니 내가 가장 노래를 잘 한다고 기대가 크다고 모든 스태프들이 만장일치로 말했다. 그래서 이제 내 목표는 기대 이상을 하는 막심이 되고 싶다.

◆ '막심'은 여주인공 '이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히' 중 누구와 가장 호흡이 잘 맞다고 생각하는가?

'이히'가 모두 훌륭한 분들이라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연기했다. 이지수 배우는 저랑 연습 스케줄이 잘 맞아서 둘이 합을 엄청 많이 맞춰봤다. 특히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의견도 잘 내는 배우라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 김보경 배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전 작품에서 파트너를 해서 처음부터 잘 맞았다. 이지혜 배우는 공연할 때마다 늘 색다르다. 톤, 템포 등을 조금씩 바꾸는데 늘 새로워서 재밌다고 느낀 적이 있다. 웬디 배우는 무조건 뮤지컬 배우 해야 한다. 말도 안 되게 노래를 잘한다. 무대마다 마이크 세팅이 다른데도 금방 적응해서 잘 해내더라.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사진=EMK뮤지컬컴퍼니

◆ 웬디 배우에게 테이 배우가 뮤지컬 배우로도 선배고 가수로서도 선배다. 선배로서 가르쳐 준 게 있는가?

새로운 장르를 오면 처음에는 매우 두렵다. 그래서 새로운 장르의 무대라는 것에 대해서 위축을 느낄까봐 웬디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가수는 무대에서 인이어를 끼지만 뮤지컬 배우는 그렇지 않다. 인이어를 끼면 내 목소리가 어떤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들리지만 인이어를 끼지 않으면 내 목소리가 어떤지 체크가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소리를 더 크게 내게 되고 목이 상하게 된다. 그래서 뮤지컬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들을 웬디에게 말을 해준 적이 있다.

◆ '레베카'의 마지막 결말이 '막심'과 '이히'가 맨덜리를 떠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결말 이후의 '막심'은 어떨 것 같은가?

'막심'은 행복했을 것 같다. 부부이자 인생의 친구인 '이히'와 함께 같이 성장해가지 않을까 싶다. '막심'과 '이히'는 서로의 잘못을 공유했기 때문에 오히려 둘의 관계가 더 끈끈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 '레베카'외의 도전하고 싶은 다른 작품은?

헤드윅이 진짜 하고 싶었다. 지금은 나이가 좀 많아져서 안 될 것 같지만 30대까지만 해도 헤드윅이 정말 하고 싶었다. 지금도 너무 탐나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가수이다 보니 주인공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콘서트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관객들하고 함께 호흡하는 건 웬만한 뮤지컬 배우보다 자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기회가 많이 날아간 것 같아 아쉽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작년에 콘서트를 하기로 했는데 미뤄졌다. 그래서 올해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가수로서의 활동도 최대한 해보려고 시도를 해볼 거고 대중적이고 많이 알고 있는 작품에도 많이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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