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1.11.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1.11.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한국은행이 지난해 2·4·5·7·8·10·11월에 이어 올해 첫 기준금리 역시 3.50%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재차 동결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인한 대출 부실 위험, 2년 연속 경제 성장률 1%대 추락 등을 막으려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3%대에 머물고 있고, 가계대출 증가세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현재의 금리를 유지해 물가·가계부채·미국 통화정책 등을 더 지켜보자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섣부른 금리 인하, 물가상승률 높일 수 있어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이루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 사태, 시스템 리스크 확대 가능성 작아

이 총재는 이날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관련해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 PF나 건설업 전반으로 크게 부실화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큰 위기로 번져서 시스템 리스크로 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태영건설의 부채 비율이나 자기 자본 대비 부동산 PF를 보증한 액수 등을 보면, 다른 건설사랑 굉장히 차별화되고 높은 수준"이라며 "태영건설은 부동산 PF 중에서도 위험 관리가 잘못된 사례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견 건설사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매번 얘기하듯이 질서 있는 구조조정의 좋은 한 예라고 생각한. 질서 있게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한은이 나설 필요가 없다"면서 "한은이 발권력 동원한 유동성 공급할 계획은 없다. 시장에 큰 위협이 있을 때만 발권력을 동원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01.11.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01.11. 사진=뉴시스

금년 성장률 2.1% 예상…물가 둔화 속도 완만할 것

이 총재는 또한 국내외 경제 여건을 점검하고, 국내 성장률 및 물가에 대해 전망했다.

이 총재는 "우선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는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둔화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은 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12월 연준 회의 이후 완화된 금융 여건과 양호한 고용 상황을 감안할 때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로 지역은 대외 수요 약화의 영향으로 성장 부진이 이어지겠으며 중국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률이 4%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미국과 유로 지역의 2023년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 수준으로 9에서 10%에 이르렀던 2022년 고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 성장률도 지난해 11월 전망치였던 2.1%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 물가는 국제 유가 하락과 낮은 수요 압력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지속했다"며 "지난해 10월 중 3.8%까지 높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월에는 3.2%로 낮아졌고, 근원 인플레이션과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각각 2.8%와 3.2%로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 물가는 둔화 추세를 이어가겠지만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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