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연체율 증가…"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 올수도"
'안정' 택한 카드사, CEO 연임…실적개선 통해 경영능력 입증해야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카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카드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카드업계는 2024년 업황에 대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기화 되는 고금리 기조, 증가하는 연체율에 실적부진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말 실시된 인사개편에서도 카드사들은 '안정'을 선택, CEO들의 연임이 이어졌다.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 카드사 CEO들이 경영 심판대 위에 올라선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실적이 줄줄이 급락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익은 4691억원으로, 직전년도 같은 기간 5877억원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2724억원으로 이전 해 같은 기간 3523억원 대비 22.7% 즐었다.

지난해 카드업계 대표 '대박상품'으로 등극한 트래블로그를 낸 하나카드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감소했다.

우리카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 1180억원으로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순익이 34.1%나 줄었다.

업계 2위 삼성카드 역시 실적이 나빠졌지만, 순익이 20~30% 줄어든 다른 카드사들 대비 순익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430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들 카드사들의 지난 4분기 실적 역시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역시 업황을 고려하면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 실적 개선이 시급한 이들 카드사 CEO들의 위기 돌파 전략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는 지난 12일 신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4년 상반기 사업전략 회의'와 2023년 업적평가대회를 개최했다.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지난 한 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탄력적인 영업과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기본에 충실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고 사회와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한카드는 2024년 경영전략으로 '트리플 원(Triple One)'을 제시했다. 트리플 원은 ▲체질 개선을 통해 외형과 내실 모두 전략적 격차를 유지하는 시장 내 1위(First One)를 공고히 하고 ▲최우선의 가치를 고객 중심에 둬, 한 차원 높은 고객 경험 제공을 통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1류 기업(Only One)을 향한 ▲신한카드 임직원 모두의 하나 된 마음(One Team)을 의미한다.

지난해 다른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실적 부진 늪에서 벗어날 수 없던 신한카드가 올해 역시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지난 2020년 3월 첫 취임해 5년째 삼성카드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김대환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룹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 대표는 지난해 어려운 업황 상황에서도 내실 경영을 통해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손실을 최소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카드는 단기차입 의존도를 낮추고, 금리 인상 전 장기 여전채로 자금을 미리 마련해 두는 등의 자금 조달 전략 및 보수적인 영업으로 위기 속에서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막중한 신뢰를 받고 있는 김성환 대표는 올해 다시 한번 어려운 대내외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업계 2·3위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카드의 추격적을 막아야 한다.

정태영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지난해 카드업계 부진 속에서 현대카드는 유일하게 순익이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익은 2257억원으로 전년(2078억원)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 애플페이를 도입, 신규 회원 수가 늘어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현대카드 누적 신규 회원수는 97만9000명으로 카드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또 지난해 11월말 현대카드 전체 회원 수는 120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

이와 함께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로 연체율 0%를 달성하고, 대손비용이 줄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현대카드는 카드론·리볼빙과 같은 카드대출 및 할부 자산을 최대한 축소하는 등 보수적이면서 건전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이어갔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해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금융위기 준하는 전시체제라 생각한다"며 "전선에 적군이 보이면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전시와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카드는 지난해 하반기에 금융위기가 왔다고 보고 움직였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올해 신년사에서 정 부회장은 "올해는 현대카드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골든 윈도우(황금 문)'가 열린 해"라며 "위기는 기회다. 위기에 맞서 침착하고 정밀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라고 전했다.

업계 3·4위 싸움을 하던 KB국민카드를 제친 현대카드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삼성카드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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