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고서령 기자]새해 시작과 함께 주요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 중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외친 우리금융그룹 신년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지난해 NH농협그룹에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 속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지위마저 위태로웠던 우리금융의 새해 도약을 향한 다짐이 잘 담겨 있었고, 그 각오 속에서 잘해낼 것이란 믿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각사 신년사를 살펴보면 '리딩금융' 자리를 수성 중인 KB금융은 '금융 스탠다드'를 그룹의 다음 목표로 내세웠다. 자타공인 1등 금융사로 안정적인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KB금융의 신년사는 새로운 이야기보다 해야 할 이야기를 한, 무난한 신년사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한금융은 유난히도 '고객'을 강조했다. 규모와 성과에만 몰두해선 안 되고 "고객의 성장이 신한의 성장"이라며 고객에게 전심으로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역시 "2024년 오롯이 고객만을 바라보며 힘차게 나아가자"고 했다. 고객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강조하는 신년사는 '모범적'이었지만 특색이 느껴지진 않았다.

하나금융의 2024년 신년사를 관통한 키워드는 '반성'이었다. 하나금융은 "잠시 멈춰서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사회의 동반자로 거듭나야 하고,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지나치게 정권을 의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실적부진을 겪으며 나 홀로 뒷걸음질 친다는 평가를 받은 우리금융은 신년사에서도 2023년 실적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2024년 한해를 "명확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규정했다. 또 2024년 '선도 금융그룹 도약'을 경영목표로 수립했다고 밝히며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해의 목표를 전하는 신년사인 만큼 포부와 야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고 본다. 

지난 19일 열린 '2024년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도 우리금융은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결의와 다짐을 공유하며 올 한해를 '도약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로 정했다.

특히 임종룡 회장은 "2024년은 저와 여기 계신 경영진들이 온전하게 감당하는 해인 만큼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여달라"면서 "한 손에는 나침반을, 다른 한 손에는 스톱워치를 들고 우리금융의 목적지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나가자"고 주문해 긴장감을 높였다.

우리금융이 신년사부터 무난하게 고객의 소중함,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 등 듣기 좋은 그럴싸한 소리에만 집중했다면 올해도 아슬아슬 4위 자리에 만족하는 그룹에 머물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진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이를 발판 삼아 선도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강조하니, 올 한해 정말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우리금융 임직원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믿음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