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 막으려 등장한 단통법, 효과는 미미
단통법 폐지 시, 특정 계층 불이익 지적도

ㅜ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을 전면 폐지키로 했다. 2014년 제정된 단통법은 정책 실효성에 대한 잡음이 지속돼 왔다. 다만 단통법 폐지에 따른 우려 또한 상당하기에, 그에 따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2일 개최된 민생 토론회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서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단말기 유통법을 폐지하여 지원금 공시 제도와 추가 지원금 상환을 없애겠다"라며 "이를 통해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의 휴대폰 구매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원문. 사진=의안 원문 일부 발췌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원문. 사진=의안 원문 일부 발췌

시행된 지 10년된 단통법 도입 취지는?

단통법은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 제정되어, 시행된 지 10년이 된 법안이다. 

2013년 5월 당시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을 대표 발의자로 하여 새누리당 의원 9인이 공동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2014년 5월, 전병헌 의원, 이재영 의원, 노웅래 의원, 김재윤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4건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합 조정하여 대안으로 통과됐다. 

단통법은 '휴대폰 보조금 대란' 등 차별적 보조금 지급 논란이 한창이던 시절,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 출혈 경쟁과 소비차 차별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법안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금지, 지원금 공시 의무화, 보조금 상한제 도입, 비지원금 가입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을 포함한 단말기 유통구조의 투명화 등이다. 당시 정치권에선 이를 통해 단말기 출고가 및 통신요금 인하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법안은 제석 215인 중 찬성 212인, 기권 3인으로 98%의 높은 찬성률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문가들, 단통법 이후 통신비와 출고가 절감 효과 없어

이용자 간 차별 금지와 통신비 절감 등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목표로 만들어진 단통법이었으나 지난 10년 간 법의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끊이지 않았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보조금 경쟁이 위축되어 국민들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있다"라며  정부는 "통신사들의 이익은 크게 증가한 반면, 소비자 부담은 줄지 않고 있기에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법 시행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단통법의 경제적 효과와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경훈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와 정진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산업조직학회에 게재된 논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이동통신 및 단말기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증분석'에서 "단통법의 시행취지가 출고가 인하인 반면, 분석 결과 단통법이 출고가를 하락시켰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라며 "단통법이 그 시행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류윤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또한 연구 논문을 통해 "단통법 시행 이후 전반적으로 통신비는 모두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통신비 절감 효과의 증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들 이익만 증가했다는 지적도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경쟁을 못하게 된 통신 3사(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오히려 마케팅 비용 절감 혜택을 보게 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단통법은 정부가 법으로 단말기 할인 경쟁을 하지 말고 가격을 담합하라고 강제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 시행 전 통신 3사가 쓴 마케팅 비용은 한 해에 대략 5조~6조원에 달했으나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을 크제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후 첫 해 2016년 통신 마케팅 비용은 총 7조 5천 883억원으로, 2015년의 7조 8천 678억원보다 약 2천 8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단통법으로 줄인 보조금 마케팅 비용을 통신사가 요금 경쟁 활성화로 전이되게 함으로써 가계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의도였으나 실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통신비 인하 경쟁보단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 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이들의 영업이익 규모는 4조 원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고 도입된 단통법이 되레 소비자 혜택은 줄이고 통신사의 이익만 챙기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발표된 참여연대 논평. 사진=참여연대 논평 일부 발췌
22일 발표된 참여연대 논평. 사진=참여연대 논평 일부 발췌

단통법 폐지 따른 부작용은? 

다만 단통법 폐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폐지로 단통법 이전 통신사들의 보조금 출혈 경쟁과 불법 보조금 대란 사태가 되풀이 될 것이라 우려하고도 있다. 

참여연대는 22일 논평을 통해,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가 6000만 회선에 달하는 시장포화상황인데다가 5대 3대 2의 시장점유율이 장기간 고착화되어왔고,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내 단말기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통법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보조금·장려금 경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어 단통법 폐지는 "이통사들의 보편적인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키기는 커녕 불법보조금으로 시장이 혼란해져 극소수의 소비자만 이득을 보고 그 부담이 마케팅비라는 명목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더 높다"라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이 없고 예상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라고 지적한다.

IT 소외계층인 고령자들의 불이익 또한 우려되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됨으로써 정보에 능통한 소비자들만이 저렴한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보를 늦게 접하는 노년층 소비자들이 정가를 지불하거나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는 등 정보 불균형로 불공정한 거래가 재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장치도 함께 만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단통법 폐지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통신사-유통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통사·제조사·개별 대리점이 얼마씩 보조금을 준다고 공시하는 등 우려되는 부작용적 요소들도 다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의 제정 취지가 됐던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로 규제가 가능하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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